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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50대 남성과 80대 아버지는 피해자를 요양원에 보내는 걸 반대하며 간병을 이어갔던 걸로 나타났습니다.

■ 요양원 반대하며 10여 년 간병하던 셋째

오늘(23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A 씨와 아버지 80대 B 씨의 범행 동기가 담겼습니다.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의 셋째 아들로, 피해자가 뇌출혈 등으로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2014년경부터 아버지 B 씨와 함께 어머니를 간호했습니다.

A 씨가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간병했던 일산 주거지

A 씨는 형제자매로부터 생활비와 병원비를 지원받으며 간병을 이어갔지만, 피해자는 2023년 알츠하이머로 인지 및 의사소통 능력이 더욱 떨어지고 이듬해 6월 낙상으로 인해 고관절 골절로 거동이 어려워지는 등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A 씨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원시키자'는 가족의 제안도 거부하며 간병을 맡았습니다.

■ 퇴거 요청에 생활비마저 끊겨

하지만 지난해 9월쯤, 살던 집에서 퇴거 요청까지 받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공소장엔 "(A 씨가)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인 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 요청을 받게 되자 무력감에 휩싸여 피해자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A 씨 형의 실직으로 지난달부터는 생활비마저 받기 어려워졌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피고인들은 생활비마저 지원받기 어려워지자 다른 가족들이 자신들과 피해자를 버리려고 한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던 중, 피해자가 요양원에 가는 것은 싫다고 하소연을 하자 좌절감에 빠져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신들도 자살하기로 모의했다"고 적었습니다.

결국 A 씨 부자는 지난달 4일 오전 주거지에서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함께 살해했고,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다 구조된 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 씨 부자가 자살을 시도했던 서울 잠실한강공원

■ '둘 중 하나 죽어야 끝나는 전쟁'

이런 사정이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간병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는 서늘한 수식어가 붙을 만큼 고통스럽습니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점차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2020년대 들어서는 한해 평균 18건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식이 셋이나 되는데 누군가는 집에서 모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며 "요양 시설에 보내는 게 굉장히 불효라는 생각이 자식들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분석했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은 다음 달 2일 오전 11시 30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립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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