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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은 지식산업센터 꼭대기층, 14실 중 5실만 임차
17층은 전체 공실… 광고지만 수북
대출 죄고 경기 불황에 입주 기업 급감
경‧공매 넘어가는 지산 PF 매물 증가

“지식산업센터 분양 계약금 10%와 지금까지 낸 중도금과 이자를 포기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30%까지 붙은 매물도 있어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과거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불티나게 팔리던 지식산업센터가 대규모 공실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강화에 직격탄을 맞은 데다 경기 불황으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계약금 포기 매물이 쏟아지고 경‧공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21층 전경. 14실 가운데 5실을 제외한 9실은 문을 잠궜거나 비어있다. /사진=박지윤기자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B 지식산업센터. 점심 시간이 다가왔지만 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보다는 작업복에 안전화를 신고 각반을 찬 인부들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 이 지식산업센터 바로 옆에는 1000여실 규모의 C 지식산업센터를 올리는 공사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고양 덕은지구에는 내년까지 12개 업무용지 가운데 6개 필지에 지식산업센터 2000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나머지 6개 필지에도 공급이 이뤄지면 덕은지구에만 약 5000실 규모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B 지식산업센터는 총 800여실 규모로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현재 절반이 비어있는 상태다. 지식산업센터 1층 입구에 자리한 상가들도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양 당시 한강을 남쪽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았다는 가장 높은 21층에서도 14실 가운데 5실만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9실은 광고지만 수북이 쌓여있고 임대 문의 현수막만 붙어 있는 채로 텅텅 비어있었다.

같은 동 17층으로 내려가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7층에 있는 14개실 모두 전단지와 홍보 현수막만 붙은 채로 공실 상태였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17층 전경. 14실 모두 광고지들만 쌓인 채로 비어있다. /사진=박지윤기자

◆고양 지식산업센터 1만1000여실 중 절반이 공실

손동숙·장예선 시의원이 고양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입주를 시작한 고양특례시 지식산업센터 입주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5~47%에 불과하다. 고양 지식산업센터는 총 25곳으로 1만1443실인데, 4320여개의 기업이 6404실에 입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덕은동에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덕은지구에 2020년부터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많이 이뤄지면서 임대료가 높지 않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또 전체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포기하는 매물들이 많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기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지식산업센터 매물 현황. /네이버 부동산

덕은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준공 2년차인 D 지식산업센터는 그나마 입주율이 90%까지 올라왔다”며 “임대료는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전용 33㎡ 기준 보증금 500만~600만원, 월세 50만~6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B 지식산업센터의 입주율은 50% 미만”이라며 “B 지식산업센터 전용 50㎡를 부가세를 포함해 4억원대에 분양받은 사람이 최근 1억5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덕은지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E씨도 “3~5년 전 만해도 특히 한강이 보이는 지식산업센터는 프리미엄이 붙어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투자 상품으로 꽤 인기를 끌었다”면서도 “부동산 열풍이 한 풀 꺾이고 계약금 10%만 있으면 90%까지 나오던 대출이 50~60% 정도로 막히면서 투자자들이 사라졌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 6블록, 7블록 지식산업센터 공사 현장. /사진=박지윤기자

◆저금리와 주택 규제 미적용에 지식산업센터 투자 열풍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사업장과 지원시설(근린생활·판매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집합건축물을 뜻한다. 부동산 호황기에 ‘아파트형 공장’이라고 불리며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주목을 받았다.

아파트와 달리 전매제한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운 데다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받았다.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만 해도 지식산업센터 분양금액 가운데 10%인 계약금만 내면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함께 잔금 때 80% 이상의 대출이 나왔다.

수분양자들은 지식산업센터에 프리미엄을 붙여 팔면서 쏠쏠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시행사들은 앞다퉈 준주거지역이나 준공업지역에 경쟁적으로 지식산업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2분기부터 대출 금리가 2020년(연 2%)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지식산업센터 투자 수요가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주요 시중은행들도 지식산업센터 잔금 대출 한도를 분양금액의 50~60%까지 낮췄다.

그래픽=손민균

현재 지식산업센터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 돼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45곳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약 77%(1190곳)를 차지한다. 특히 하남, 고양 등 경기 지역에 714곳이 몰려 있다. 서울과 인천에는 각각 395곳, 81곳의 지식산업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과 거래금액은 매년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2021년 8287건이던 지식산업센터 매매거래량은 2023년 3395건으로 쪼그라들었다. 거래금액 역시 2021년 3조4288억원에서 2023년 1조4297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최근 5년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672건, 거래금액은 2569억원에 그쳤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금리 인상 여파로 침체국면에 진입한 2022년 4분기(763건, 2937억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매년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 매물도 증가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1년 737건이었던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는 지난해 1594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1년여간 주인을 찾은 지식산업센터는 30% 수준에 그쳤다. 지지옥션이 서울·경기·인천의 지식산업센터 월별 경매 진행건수 및 매각률과 매각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동안 서울 경매법원에는 총 279건의 지식산업센터 경매 매물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낙찰 받은 건수는 전체의 26.3%인 73건이며 평균 매각가율은 69.3%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기도와 인천의 경매법원에는 1403건의 지식산업센터 경매 매물이 나왔는데 이 가운데 373건(26.5%)만 주인을 찾았다. 평균 매각가율은 61.2%에 불과했다.

지식산업센터 공실 심각한데… 창업 기업 수는 꾸준히 감소

지식산업센터 주요 입주 대상인 창업 기업 수도 감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창업 기업 수는 2020년 148만4600여개에서 2023년 123만8600여개로 줄었다.

그래픽=손민균

C 시행사 대표는 “지식산업센터 건축 허가를 받았어도 교통을 잘 갖추지 않았을 경우 미분양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시행사들이 많다”며 “이미 지식산업센터를 분양해서 계약은 어느 정도 성사를 했더라도 지식산업센터는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입주를 앞두고 계약 포기 등 입주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D 시행사 대표도 “경·공매로 이어지는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며 “정부에서 더 강력한 세제 혜택, 더 낮은 금리의 금융 지원 등 기업들에게 지식산업센터 입주를 유인하는 정책을 내놔야 공실 가속화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 현황을 건축 상태별로 보면 총 877곳이 완공을 했고, 223곳이 착공에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건축 중인 물량은 84곳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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