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컷오프 발표를 하루 앞둔 21일 국회 본관 복도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 8명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이 어제 대선후보 2차 경선 진출자 4명을 확정했다. 1차 관문을 넘은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예비후보는 오는 27, 28일 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각각 50% 반영되는 2차 경선을 통해 최종 본경선에 나설 2인으로 압축되고 29, 30일 최종 투표를 통해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이변이라면 1차 경선에서 탄핵 찬성파인 안 후보가 강경 반대파인 나경원 후보를 꺾고 4강에 오른 일이다. 국민의힘으로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다 미약하게나마 '탄핵의 강'을 건널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십여 일간 진행된 1차 경선에서 보여준 게 없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나온 마당에 “비상계엄은 민주당 책임” “2시간 해프닝”이라 강변하고,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했다”며 탄핵 찬성파를 배신자로 낙인찍기에 바빴다. 정권 실패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사죄부터 하고 무너진 보수를 어떻게 다시 세울지 미래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선 ‘턱걸이’와 ‘드럼통’, ‘키높이 구두’와 ‘가발’ 얘기 등 희화화나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대선후보가 되려는 목표가 대선 승리보다 다음 당권 차지에 있다는 자조가 나오는 배경이다.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보수의 가치나 비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대신 그때그때 외부 명망가를 영입해 선거에 내보내는 편한 길만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랬고, 윤 전 대통령이 그랬다. 지금은 한덕수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부추기며 범보수 단일화 군불을 때고 있다.
여론은 냉정하다. 유력한 상대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보수 진영 후보군 지지율 다 합쳐도 이 전 대표 한 명을 넘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6·3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남은 경선은 보수의 비전과 가치를 경쟁하는 장으로 만들어 수권정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범보수 단일화를 하더라도 명분과 가치가 있어야 파괴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