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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2016년 11월19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을 바티칸 평신도·가족·생명부 장관으로 임명하며 ‘비레타’(붉은 모자)를 수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교황 선출은 예측불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기 전에도, 도박사들 사이에서 그는 유력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았었다. 선거인단도 어느 때보다 복잡다단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리적, 인종적으로도 한층 다방면에서 추기경들을 임명해 왔다. 비비시(BBC) 방송은 선거인 가운데 유럽 출신 추기경이 53명, 아시아가 23명, 라틴아메리카가 21명, 아프리카가 18명, 북미가 16명, 오세아니아가 4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바티칸 안팎에서 차기 교황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대표적 인물들을 모아 봤다.

■ 피에트로 파롤린 (70살, 이탈리아, 교황청 국무원장)

2013년부터 바티칸 국무원장을 지내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신중하고 온건한 성품의 실용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바티칸 내부 기반을 갖춘 후보로 꼽힌다. 나이지리아, 멕시코,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한 교황청 외교관 출신으로, 바티칸의 국제 관계 및 내부 행정을 모두 아우르는 실력자다. 중동 및 아시아 문제 전문가로 중국·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했다. 영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에 능통하다.

■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67살, 필리핀, 교황청 복음화성 제1복음화성 국장)

‘아시아의 프란치스코’로 불리는 타글레 추기경이 즉위할 경우 첫 아시아 출신 교황이 된다. 개발도상국 중심의 목회,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등 프란치스코 교황과 입장이 비슷하다. 그는 가톨릭 교회가 성소수자나 이혼 및 재혼 신자, 미혼모 등을 묘사할 때 “가혹”하고 “심하게 낙인 찍는다”며 비판해 왔다. 아버지는 필리핀 토박이이며 어머니는 중국계 필리핀인이다. 2012년 추기경에 임명되었으며,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당시엔 나이가 어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65살, 콩고민주공화국, 콩고 킨샤샤 대주교)

아프리카 최대 도시 중 하나인 킨샤사의 대주교로, 2019년 추기경에 임명된 후 교황직 후보로 자주 거론돼 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주변부로 가라’는 기조 아래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주목해 왔으며, 암봉고 추기경은 그 정책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다. 아프리카 출신인 점은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지역적으로도 아프리카 가톨릭은 가장 보수적인 분파다. 실제로 그는 강경한 보수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 커플 축복 허용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 마테오 마리아 추피 (69살, 이탈리아, 볼로냐 대교구장)

“이주민을 환영하는 것은 유럽의 역사적 과제다.” 가난한 사람과 이주민에게 호의적인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성향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교황은 그를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 사절로 파견했다. 전문가들은 교황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후임자로 선호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와 분쟁 해결에 앞장서는 유명한 평신도 모임 산테기디오와 함께 일해 왔다. 1990년에는 모잠비크 내전 평화 협상에 기여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그의 전기를 인용해 전했다.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서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 왔다.

■ 페테르 에르되 (72살, 헝가리,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 대주교)

올해 72살인 에르도 대주교는 보수 성향 가운데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교회법 전문가로, 추기경 임명 당시 50살 최연소였다. 이혼하거나 재혼한 신자들이 영성체를 받는 것을 반대했으며, 난민 수용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2015년 유럽 이주민 위기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지만, 그는 인신매매에 해당하므로 교회가 난민을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쪽에 섰다. 다만 “한 나라, 한 대륙을 기독교로 부를 수 없다”며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기독교 중심주의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르반 총리가 유럽 극우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단 점을 볼 때, 헝가리인 교황이 나온다면 일종의 최소 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2세의 등장은 동부 유럽의 공산주의가 붕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75살, 스웨덴)

루터 종교개혁 이후 루터교를 받아들여 국교로 삼고 있는 개신교 국가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추기경이 된 인물이다. 가톨릭은 스웨덴에서 소수 종교로, 인구 천만명 중 1% 남짓만이 가톨릭을 믿는다. 그는 스무살에 루터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2017년 추기경으로 서임된 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주 작은 가톨릭 공동체”를 격려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밝히기도 했다. 스웨덴의 가톨릭 인구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난민과 이민자에 대해서 우호적이며,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에도 관심을 보인다. 교회 내에 추기경단과 비슷한 여성 특별 자문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 사제 서품과 동성 커플 축복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유지 중이다.

■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60살, 이탈리아 / 예루살렘 총대주교)

2023년에야 추기경이 되었지만, 분쟁 지역에서 사역하며 국제적 인지도가 높다.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당시 그는 납치된 아이들 대신 자신이 인질이 되겠다고 자청했고,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가자 지구의 유일한 가톨릭 교구를 방문했다. 그가 추기경이 된다면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 이후 다시 이탈리아인 교황이 등장하는 셈이지만, 그는 주로 예루살렘에서 활동해 와 바티칸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분류된다. 논란이 될 만한 교리 문제에 있어선 공개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만약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58살에 교황이 된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최연소 교황이 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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