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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다음날인 22일 오후 서울 중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조문하러 온 시민들이 줄 서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어지러운 세상에서 교황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들을 엄청 위로했을 거예요. 하느님 나라에서도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동안 감사했으니 하느님께서 이분을 기쁘게 받아주십사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 조문을 기다리고 있어요.”

22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 앞, 인천시에서 왔다는 황희현(50)씨는 오전 11시부터 빈소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성당에는 조문을 받기 한 시간 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애도하는 이들이 30m가량 줄을 섰다. 조문을 시작하는 오후 3시가 가까워졌을 때 줄은 성당 정문 앞 70m까지 길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낮은 자와 어려운 이웃을 향한 분”으로 기억하는 천주교 신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함께 떠올렸다. 황씨는 “교황님이 세월호를 비롯해 큰 사고로 자식과 부모를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주셨다”며 “힘들 때도 그런 메시지를 볼 때마다 마음과 행동이 바뀔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에서 초등학생 삼남매와 서울로 여행 왔다가 성당을 찾은 한빛나(35)씨도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첫째를 출산했을 때였다”며 “뉴스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북받쳐 울었는데, 교황님이 한국에 오셔서 (세월호 유족을) 달래주셨을 때 함께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빈소가 마련된 지하 성당에서 조문객들은 5명씩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액자 앞에 서서 말없이 짧게 기도했다. 일부 조문객은 빈소를 나와 성당 벽 앞에서 우산을 든 채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송아무개(80)씨는 “낮은 자세로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그런 삶을 추구한 분이어서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아무나 할 수 없는 삶을 사셨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이들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분”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 서산시 해미순교 성지를 찾았을 때 바로 앞에서 교황을 만났다는 직장인 채진우(42)씨는 “교황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먼저 감싸고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시면서, 그걸 몸소 보여준 분”이라며 “2014년보다 더 갈등이 심해진 시대가 됐는데, 교황님의 행동을 지향 삼아 살아간다면, 고비를 넘어 평화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프란치스코 교황 국내 공식 분향소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주한 교황대사관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에 마련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 등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이날 오후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교구별로도 재량에 따라 주교좌 성당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안식을 기원하는 공식 기도문을 교황청으로부터 받는 대로 번역해 교구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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