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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 취재기’ 쓴 김주완 기자
다큐 ‘어른 김장하’ 광주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서 취재 경위 등 밝혀
“김장하, ‘백정 해방’ 이끈 강상호 닮아”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속 김장하 선생. 엠비시 경남 제공

“최근 전국 수많은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김장하 선생님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이런 분들을 철저히 멀리 하세요. 권력자들과 자주 만나고 친분이 쌓이면 본인도 모르게 지역사회에서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신 것 같아요.”

김장하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를 쓴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지난 21일 저녁 광주독립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상영을 마친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광주독립영화관은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계기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학자금을 지원했던 김장하(81) 선생 이야기가 재조명되자 2023년 개봉한 ‘어른 김장하’를 다시 상영하고 있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왼쪽)가 21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어른 김장하’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이 사회를 맡은 ‘관객과의 대화’는 시민들이 묻고 김 기자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김 선생의 삶을 되돌아봤다.

김 기자가 김장하 선생을 처음 알았던 때는 1991년이라고 했다.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모습을 보고 ‘큰 부자가 좋은 일 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수많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고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부유했지만 언론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김 기자는 “집은 한약방 건물 3층을 개조한 곳이었고 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이야기에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일반적인 부자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평생 언론을 멀리했던 김장하 선생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건 김 기자가 2015년께 포털 다음에 쓴 글이 계기였다. 김장하 선생의 허락을 받지 않은 글이었다. 크게 혼이 날까 우려하며 김 기자가 찾아가자 김 선생은 녹차를 주며 “이왕 써버린 걸 어떻게 하겠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2022년 연말 문화방송(MBC) 경남이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공개했을 때에도 “혹시 잘못됐거나 고칠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김 선생은 “피디의 영역이지 내가 뭐라고 할 게 아니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기자는 김 선생이 장학생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조차 아끼는 등 평생 남에게 훈수를 두는 대신 자신이 살아온 삶으로 모범을 보여온 ‘진짜 어른’이라고 했다. 김 선생은 자신이 나온 영화 관람도 거부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한 장면. 배급사 시네마달 예고편 갈무리

경남 진주시는 김 선생이 운영했던 남성당 한약방 건물을 최근 김 선생으로부터 매입해 역사관을 조성하고 있다. 김 선생은 처음에는 자신을 기념하는 시설을 만들까 봐 거절했지만 건물 2∼3층은 일제강점기 진주의 형평운동(백정 신분해방운동)과 소년운동을 교육하는 공간, 1층은 한약방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락했다고 한다.

김 선생의 부인이나 자녀들도 김 선생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김 기자는 “김장하 선생은 강상호 선생 같은 분이다. 진주 천석꾼 집에서 태어난 강 선생은 백정 인권 해방을 위해 전 재산과 온몸을 바치고 말년에는 묏자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상태에서 돌아가셨다. 하지만 전국 축산업 협동조합 수천 명이 진주에 모여 추모했다. 우리 시대의 강 선생이 바로 김장하 선생이다”고 말을 마쳤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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