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강행 이어 금리인하 압박
달러 가치 폭락… 주식·채권도 팔아
전문가 “트럼프 향한 시장의 경고”
달러 가치 폭락… 주식·채권도 팔아
전문가 “트럼프 향한 시장의 경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자금이 미국을 등지고 있다. 상호관세 강행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미국 주식·채권·달러를 모두 팔아치우는 ‘셀(sell) USA’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던지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오후 3시10분 기준 달러인덱스(DXY)는 98.086을 기록, 연초 대비 10.2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가치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달러를 팔고 금이나 엔화, 독일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DXY는 이날 앞서 97.9까지 내려갔는데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다.
반면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3504.2달러까지 올라 사상 처음 3500달러를 넘겼다. 전날 3400달러를 넘긴 지 하루 만에 100달러가량 더 오른 것이다.
달러 가치를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린 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다. 그는 21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어진다는 뜻으로 파월 의장을 지칭)이자, 중대 실패자(a major loser)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있을 수 있다”고 썼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 추가 약세를 부채질했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 미 CNBC방송에 출연해 “중앙은행 독립성이 침해될 경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대응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곧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악화, 높은 실업률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 책임을 파월 의장에게 떠넘기려는 인상을 줘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 채권도 내다 팔고 있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일 약 두 달 전인 2월 19일(6144.15) 대비 16.03% 급락한 5158.20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연 4.4%를 돌파했다. 지난 4일 장중 3.8%에 거래됐지만 0.6% 포인트나 올랐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자산 매도 현상이 단기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반하는 트럼프 정책이 지속되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셀 USA 현상이 계속되고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