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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치권 안팎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6·3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말로 여지를 남기고, 연일 대선 주자급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해야할 한 권한대행 출마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설령 그가 대선에 나서더라도 완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22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오는 24일 열리는 한-미 간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물꼬를 틀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집중하는 면모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오후 한국천주교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 마련된 고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이후 경제 전문 외신과 인터뷰를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에선 한 권한대행이 공직자 사퇴 시한(5월4일)을 앞두고 이르면 다음주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말들이 파다하다. 이날 국무총리실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긴 했으나 ‘이미 총리실에서 비공식적으로 사모 대응팀을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차출론’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박수영 의원은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한 권한대행이) 90% 정도 확률로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권한대행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지금 ‘낫 옛’(not yet) ‘노 코멘트’(no comment)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출마를) 하려는 뜻이 있다”는 말이란 것이다. 게다가 기업 애로 청취를 이유로 영·호남 지역을 두루 방문하고, 부활절을 맞아 대형교회를 찾는 등 큰 선거를 앞둔 정치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날 보수 인사들로 이뤄진 ‘21대 대통령 국민추대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과) 경기고 동기동창, 같은 반”이라고 밝힌 박성섭 추대위 공동위원장은 “한 총리가 (추대 기자회견) 행사를 당연히 알고 있다”며 “(그가 대선에) 나올 거라 확신하고 이 일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2차 경선에 진출할 ‘빅4’ 후보를 가리는 1차 컷오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당 안에선 여전히 한 권한대행이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서 어느 누구든 이 시대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한다면, 이 혼돈의 질서를 마감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데 그 시대에 맞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역사적 책무에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저는 한 대행께서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대선 출마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 대행은 파면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과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망각하고 엉뚱하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며 “즉각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한덕수 대망론’에 기대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본선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대선 출마를 했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국내 정치 경험·자금 부족 등으로, 출마 시사 20일 만에 낙마한 바 있는데, 한 권한대행은 반 전 총장보다 ‘열악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특히 “반 전 총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게다가 중도층의 지지가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 전 총장의 경우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오자마자 지지율 20%대를 보였지만, 한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공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윤 실장은 또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가 쉽게 단일화를 해주겠냐”며 “한 권한대행이 정치권으로 나오는 순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무책임 문제, 총리 때는 넘어갔던 검증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무소속으로 버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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