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10년물 금리 낙폭 韓 가장 커
금리 인하 및 원화 반등 기대감 등 작용
[서울경제] 금리 인하 및 원화 반등 기대감 등 작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이 전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글로벌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외인 자금이 탈출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던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5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원화 저평가 등이 겹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계 기관 자금이 국고채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월 초 연 2.808%에서 22일 2.618%(오후 종가 기준)로 약 0.19%포인트 떨어졌다. 미·중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매도 주문이 쏟아지며 이달 들어 10년물 국채 금리가 0.26%포인트 넘게 상승한 미국과 정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금리 하락폭도 일본(-0.16%포인트), 프랑스(-0.16%포인트), 영국(-0.06%포인트) 등 주요 선진국 보다 훨씬 크다.
장기적인 흐름에서 봐도 국내 국고채 시장은 강세를 띠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2.33%로 마감해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고 10년물 금리도 최근 3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외국인이 최근 들어 국내 국고채 현물 및 선물에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1일 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3년 만기 국채 선물은 17만 9735계약이다. 1월(4만 7493계약), 2월(2만 469계약) 보다 각각 4배, 8배 가량 많다. 10년 만기 국채 선물도 이달에만 6만 6525계약 순매수해 2월(2만 6843계약)을 훨씬 뛰어넘었다.
국고채를 포함한 국내 채권 현물 순매수 금액은 △1월 2조 2105억 원 △2월 5조 6742억 원 △3월 12조 4414억 원으로 매달 늘고 있으며 이달에도 10조 3670억 원에 달한다. 아직 4월이 8일 가량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 수치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데다 원화 가치 반등에 베팅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유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기관들이 미 달러화 표시 자금을 리밸런싱하는 과정에서 한국 채권이 수혜를 입고 있다"며 "주요국 중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금리 인하로 적극 대응할 거란 기대가 맞물린 영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발표했지만 홈플러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국내 채권 공급이 예년에 비해 위축돼 아직은 물량 부담이 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미 국채를 매도한 중국계 기관 자금이 한국 국채를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의 채권 투자는 지역별, 국적별 꼬리표를 달고 있지 않아 추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최근 외국인 매수세 유입의 상당 부문이 중국계 자본 영향이라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