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우울증 투병… 건보료 체납 등 생계 어려움 겪어
국민일보 자료 사진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는 생전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 정부의 ‘통합 사례 관리’ 대상자로 선정, 지원을 받던 중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수원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60대와 40대인 모녀를 지난해 7월 통합 사례 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수원시에 통보했다. 통합 사례 관리는 복지와 보건, 주거, 교육 등 복합 문제를 겪는 위기 가구를 지역 사회의 자원을 활용해 지원하는 제도다. 모녀는 기초 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고용 위기를 겪어 통합 사례 관리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모녀에게 지난해 7월 중순부터 3개월 동안 월 118만원가량의 긴급 생계비와 식사, 생활용품 등을 지원했다. 11월에는 난방비 15만원도 지원됐다. 모녀는 8월 시에 긴급 주거 지원을 신청했다. 시는 주거지를 제공했지만 모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입주하지 않았다. 딸은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수원시성인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입원 치료를 권유했다. 면담을 위해 주거지를 찾았지만 딸이 거절해 이뤄지지 않았다.
센터는 지난 9일 어머니와 통화해 “다시 긴급 생계 지원을 신청하시라”라고 권유했지만 어머니는 “생계비 문제가 해결됐다”라며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모녀는 끝내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쯤 자택인 아파트에서 유서 형식의 짧은 메모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메모에는 자살 방법과 자신들이 발견되면 어떻게 조치해줬으면 좋겠는지가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별다른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전날 “이상한 냄새가 난다”라는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이들을 발견했다. 모녀의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밝혀낼 예정이다. 모녀의 자택 현관문에는 법원 등기를 수령하라는 안내문 등이 여러 건 부착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