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2일 뉴스뷰리핑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한 자리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늘(4.22) 아침신문 1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6곳) △층간소음으로 방화 1명 사망(4곳) △관세 영향 대미수출 -14%(3곳) △이재명 더 강한 상법개정안 추진 밝혀(3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윤석열 내란죄 2차 공판
② Now and Then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김건모, 1997)
① 차이의 발견
# 윤석열 내란죄 2차 공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이 어제(21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54분까지 열렸습니다.
-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은 이번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군 간부들을 향해 궤변과 무리한 압박으로 일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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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엄령은 칼이다”
- 지난 1차 공판에서 93분간 발언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증인들을 직접 신문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 변호인의 변론을 내내 지켜보기만 하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발언을 시작해 ‘계엄령 자체는 무죄’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계엄이라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인 것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 칼이 있어야 요리하고 나무를 베서 땔감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지만, 협박이나 상해·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칼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하면 안된다. 이걸(계엄을) 내란이란 관점에서 재판하려면 민주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모든 헌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시키고 장악해서 결국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되는 그런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내란죄에 대한 법리 로직을 세우고 (재판을) 하면 굳이 (오늘과 같은) 증인신문을 할 필요가 없다”
=> 계엄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그러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국한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계엄하에서도 국회 활동을 막을 수 없고, 국회는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칼(계엄)을 쓰지 않아야 될 때 칼을 휘둘렀고, 칼 휘두르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지 못하도록 맨먼저 국회 활동을 중단시키려고 국회로 군을 출동시켰습니다. 이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4일 내린 결정입니다.
=> ‘피고인 윤석열’의 주장은, 내란죄가 뭔지부터 규정하고, 그래서 ‘모든 헌법기관을 동시에 장악’, ‘장기독재 친위 쿠데타’ 시도라는 점부터 증명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모든 헌법기관’을 장악하려 한 것도 아니고, ‘장기독재’를 노린 것도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논리가 일부 튑니다. 내란죄는 ‘모든 헌법기관을 동시에 장악’해야 성립하는 게 아니며, ‘장기독재’가 내란죄 구성의 필요조건도 아닙니다.
- “이 사건에서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것을 감안해 소수의 병력을 동원했다. 나라가 비상사태라는 걸 대통령이 선언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계엄 선포밖엔 없었다”
=> 헌재가 이미 밝혔듯이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내란 세력들의 ‘자제’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의 저항과 출동군인들의 소극적 태도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원한 병력이 ‘소수’도 아니었고, 비상사태 선언 방법이 ‘계엄 선포’ 밖에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이는 ‘계몽령’ 논리입니다.
- 이에 재판부는 “내란죄의 실체적 법리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명확히 갖고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잘랐습니다.
2.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 한 적 없다’
- 증인으로 출석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은 지난 14일 첫 공판에서 “계엄 당일 이진우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에 진입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 이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쪽은 증언 신빙성을 흔들려 했습니다.
변호인 : “국회에서 의원을 끌어내는 게 가능해 보이느냐”
조 단장 : “불가능한 지시를 왜 내리는지 모르겠다. 그런 지시를 받은 게 맞다”
변호인 : “정당성을 떠나 군사작전적으로 가능했느냐”
조 단장 : 군사작전에는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을 수 없다. 왜 그렇게 지시했을까요? (윤 대통령이) 잘 알고 계시는데
변호인 : 이진우(수방사령관)가 증인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보기 힘들 것 같다
조 단장 : 여기서 다뤄야 할 건 그런 지시를 저에게 줬다는 것이고, 해석은 나중에 이진우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변호인 : ‘국회 안 인원’은 국회의원이라는 거냐. 증인이 그렇게 지시했다는 거냐
조 단장 :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 (부하에게 설명할 때는) 인원인지 의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반적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원이 있을 수 없었다.
변호인 : 국회 본관 건물에 들어간 군 병력이 15명이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냐
조 단장 : 제가 그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 (임무를 수행하면) 시민들이 다 다친다. 시민, 국회, 우리 부하들이 다 다치면서 하는 게 정상적 임무 수행입니까? 15∼20명이 중요한 게 아니다.
- 윤 전 대통령 쪽 논리는 이진우 수방사령관이 ‘의원 끌어내라’고 한 적이 없는데, 이 지시를 조 단장이 임의로 해석해 ‘의원 끌어내라’고 부하에게 지시했다는 주장을 펴는 것입니다. 이 주장을 이리저리 온갖 방식으로 묻고 또 물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위증하면 처벌받는다. 정확히 말하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3. 군 간부에게 면박당한 국군통수권자
- 어제 법정에서 국군통수권자(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국회로 출동해야 했던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해 왔고요,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지난해 12월4일에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냐.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 제 부하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 우리 군이 다시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끔 제 뒤에 앉아 계신 분들(언론인)께서 우리 군을 감시해달라”
=>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석열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이 발언을 윤 전 대통령은 눈을 감고 들었습니다. 2013년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란 의원 질문에 이렇게 답한 바 있습니다.
-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군은 어떤 명령이든 이행하는 무지성 집단이 아니다, 군에 명령은 굉장히 중요하고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아주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반드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명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방위하는 육군으로 귀결돼야 한다. 그 지시가 그랬나.”
4. 재판 내내 졸았던 윤석열
- 이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 피고인석에 앉는 모습이 재판 시작 직전 촬영됐습니다.
-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자 윤 전 대통령은 곧바로 내내 눈을 감은 채 재판에 임했습니다.
- 지난 첫 재판에서 신문 도중 끼어들어 직접 반박하고, 재판부와 검사를 향해 큰소리를 내는 등 93분간 발언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재판이 끝날 무렵 6분 정도만 ‘계엄령은 칼’ 발언만 했습니다.
- 그런데 계속 눈을 감은 채 있다보니 꾸벅꾸벅 졸기도 했습니다. 중간에는 거의 취침 수준이 되어, 고개가 책상 앞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5. 연말까지 이어지는 ‘윤석열 내란’ 재판
- 재판부는 ‘다음 재판은 5월12일 열리고, 이후 한달에 서너차례 재판을 하겠다’며 12월22일까지 28회 공판기일을 지정했습니다.
- 윤 전 대통령 쪽은 비상계엄 선포 불가피성을 밝히겠다며 증인들을 신청했습니다.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입니다. 증인으로 신청된 이들도 이렇게 한데 묶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6. 사설
1) 윤석열 재판
한겨레 = 반성 없는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재구속이 마땅하다
경향 = 이제야 피고인석 사진 찍힌 윤석열, '비공개 출석'도 없어야
2) 국민의힘 경선
조선 = '키 높이 구두' '생머리냐' 수준 이하 국힘 경선
중앙 = 키높이 구두나 물어보는 국민의힘 경선
동아 = 국힘, 탄핵 놓고도 사분오열인데 '빅텐트' 추진 제대로 될까
- 이른바 보수매체로 분류되는 조중동이 모두 국민의힘 경선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② Now and Then
국민의힘 경선에서 ‘뻐꾸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으로 유명합니다. 어미 뻐꾸기는 딱새나 뱁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기존 알들은 나무 아래로 밀어냅니다. 그리고 딱새나 뱁새는 얼마 안가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 새끼 뻐꾸기에게 먹이를 먹여주는 모습이 종종 사진에 찍히기도 합니다.
‘뻐꾸기 논쟁’은 안철수 후보가 지난 20일(일) 오전 7시50분께 페이스북에 ‘탄핵 반대’ 입장인 나경원 김문수 홍준표 후보를 향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하라”고 포문을 열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4강행’ 마지막 자리를 놓고 안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경원 후보가 오후 5시29분께 페이스북으로 “남의 둥지에 알 낳고 다니는 뻐꾸기 그만 하시고, 차라리 탈당해서 안철수당 만들어 갈 길을 가시라. 늘 그랬듯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A·B 등 다른 토론조에 속했던 두 후보의 장외전은 다음날인 21일(월)에도 이어졌습니다.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가서 알 낳는 거라 그랬잖아요. 정당이라는 것은 가치와 이념 집단입니다. 사교 집단도 아니고요. 정당이 개인을 위한 조직도 아닌데요. 안철수 후보는 대선 때마다 이 당 저 당 다니시더라고요. 우리 당에 오시기는 했는데 우리 당 가치에 동의를 하시나”(나경원 후보, CBS ‘김현정의 뉴스쇼’)
“내가 3년 전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여당이 되지 않았느냐? 여당 중진으로서 혜택을 지난 3년간 본 분이 나경원 후보다. 오히려 나한테 고맙다고 말하는 게 순서다”(안철수 후보, 대구시당 기자회견)
국민의힘 8명 후보 가운데, 오늘 저녁에 4명의 후보가 추려집니다. 안철수-나경원 두 후보 중 한 명만 4강에 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진정한 ‘뻐꾸기’는 안철수가 아니라, 윤석열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와중에 ‘윤 어게인 신당’을 부추기질 않나, 김계리 변호사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질 않나, 친윤계가 ‘한덕수 단일화론’을 꺼내 국민의힘 경선을 ‘예선’으로 만들질 않나...
오늘 노래는 김건모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97)입니다.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 이 노래는, 사랑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을 노래한 것입니다. 정신병원을 무대로 잭 니컬슨의 신들린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에서는 ‘뻐꾸기’ cuckoo는 정신이상자를, ‘뻐꾸기 둥지’(cuckoo’s nest)는 정신병원을 뜻하기도 합니다.
김건모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누가 좀 말려줘 봐/ (...) / 분명히 어제처럼 별볼일 없이 끝날 테지만 / (...) / 비라도 내리게 하늘을 찔러봐”
https://www.youtube.com/watch?v=fVphvHW6D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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