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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12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다. 아이셰어즈(iShares)라는 브랜드로 ETF 시장을 석권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트코인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 중에서 블랙록의 IBIT 규모가 가장 크다.

흥미로운 사실은 블랙록을 경영하는 래리 핑크 회장이 원래 코인을 싫어했다는 점이다. 2017년 그는 비트코인을 자금세탁의 지표라고 발언한 적이 있고 관련 신사업에도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핑크 회장은 월가에서 코인과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가장 열성적인 신봉자 중 하나가 되었다. 2024년 핑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비트코인에 대한 나의 의견은 틀렸다. 비트코인은 이제 합법적인 금융 상품이다.”

코인과 블록체인에 관한 그의 전향적인 태도는 아마도 2024년 출시한 비트코인 ETF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인 IBIT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수탁고를 늘린 히트 상품이 됐다. 2025년 4월 15일 기준 iBIT의 순자산 가치는 480억 달러로 전 세계 최대 비트코인 ETF로 자리매김했다. 핑크 회장은 비트코인 ETF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시장을 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블랙록과 핑크 회장은 어떤 큰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일까. 2025년 공개된 투자자 서한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블랙록 투자 서한에서 비중 있게 언급된 토큰화2025년 블랙록 투자 서한은 번영의 선순환 구조, 비공개 자산시장 활성화, 은퇴 자산부터 자산 토큰화까지, 블랙록의 성과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큰화를 비중 있게 다룬 것을 보면 핑크 회장이 이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토큰화 (tokenization)란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토큰의 형태로 올려서 거래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투자 서한에 언급된 토큰화에 대한 부분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토큰화란 무엇인가? 토큰화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여 온라인에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는 기존 금융 인프라(SWIFT 등)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결제·정산을 거의 즉시 완료할 수 있도록 한다. SWIFT가 우편이라면 토큰화는 이메일이다. 자산이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즉시 이동한다.

토큰화는 자산을 조각(fractional ownership)으로 나눌 수 있어 고액자산에도 소액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연다. 또한 디지털 방식으로 주주권 행사(예: 주주총회 투표)나 수익 분배도 가능해지며 고수익 사모자산 접근 역시 가능하게 한다.

블랙록은 토큰화된 펀드(tokenized funds)가 ETF처럼 대중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신원 인증 시스템(디지털 ID) 구축이 필수적이라 강조한다. 인도 사례처럼 모바일 기반 인증 체계를 갖추면 자산 거래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블랙록의 성장은 ETF와 궤를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투자의 대중화, 저렴한 수수료, 거래를 용이하게 만든 ETF는 뮤추얼 펀드 위주인 자산운용 시장을 혁신했고 ETF 시장을 선점한 블랙록은 오늘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토큰화 역시 ETF와 비슷한 면이 있기에 핑크 회장은 이 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핑크 회장은 투자 서한에서 토큰화가 곧 민주화이며 모든 자산군(주식, 채권 등)이 토큰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록 투자 서한에서 유일하게 언급된 코인은?한편 투자 서한에서 핑크 회장이 비트코인을 언급한 것도 흥미롭다. 그는 비트코인과 달러를 비교하며 비트코인이 미국의 통화 패권을 잠식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왜냐하면 달러는 수십 년간 기축통화로서 기능했으나 증가하는 재정적자와 부채 문제로 인해 그 지위를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한데 2030년에는 정부 세입 대부분 채무 이자 지급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핑크 회장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달러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어 미국의 통화 패권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참고로 비트코인은 핑크 회장이 투자 서한에서 언급한 유일한 코인이다. 토큰화를 비중 있게 다뤘으면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대장 코인 이더리움도 언급할 법한데 이더리움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참고로 블랙록은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ETF인 ETHA 역시 출시한 바 있는데 성과는 저조한 편이다. ETHA의 순자산 가치는 18억 달러로 IBIT 대비 4% 미만 수준이다. 이는 이더리움 ETF 규모가 비트코인 ETF 대비 20~30% 정도 될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전망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블랙록이 ETF를 시작으로 점점 토큰화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관건은 블랙록이 토큰화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다.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기존에 존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블랙록이 기존에 존재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선택할 가능성. 가장 규모가 크고 신뢰할 만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이더리움, 솔라나 혹은 베이스(코인베이스의 이더리움 레이어1)가 잠재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만약 블랙록을 비롯한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토큰화 플랫폼으로 특정 블록체인을 선택한다면 코인이나(이더리움, 솔라나) 주식(코인베이스)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②코인이 없는 자체 이더리움 레이어2를 출시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블랙록이 자체 이더리움 레이어2를 출시할 가능성. 단, 이때 퍼블릭 블록체인 수수료는 이더를 활용하고 자체 토큰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인베이스가 베이스 체인을 출시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③코인이 있는 자체 레이어1을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코인이 존재하는 자체 레이어1 블록체인을 출시할 가능성. 하지만 규제, 기존에 상장된 블랙록 주식과 블랙록 코인의 이해상충 등 문제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④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출시할 수도 있다. 파트너사들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출시할 가능성. 무난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지난 수년간 무수히 많은 대기업들이 이런 방식을 선호했으나 정작 상용화된 것은 없다.

토큰화 트렌드에 투자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 RWA(Real World Asset)가 코인·블록체인 업계에서 핫한 키워드이다. 현존하는 RWA 관련 코인은 대체로 고평가됐거나 향후 유의미한 사업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RWA는 대규모 자본과 브랜드를 보유한 전통 금융기관의 영역이며 이는 블랙록 같은 대형 금융기관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 RWA 딱지를 붙인 코인 스타트업의 영역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약 RWA에 투자하고 싶다면 기반 블록체인이 될 잠재력이 있는 이더리움, 솔라나 혹은 수혜를 받을 잠재력이 있는 코인베이스, 블랙록 같은 주식을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안정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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