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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 보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넘어, 분열과 변질·궤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유의 난맥상을 초래한 원인과 본연 가치에 충실한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는 길을 보수 진영의 정치 원로와 정치 평론가 등 4인의 심층 인터뷰로 점검한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예스(Yes)라고 할 수 있는 용기.’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한 증권사 광고 문구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팩트'의 편에 서는 조직이나 인물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 덕분일까, 그 회사는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됐다. 언론계에서 이 카피를 연상시키는 보수 논객 명단을 만든다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앞줄에 포함될 것이다. 1990년대 박정희 재평가에 가장 먼저 나섰고, 2024년부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했다. 조 대표는 18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의 보수가 이권에 안주하는 타락한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우려하면서도, 환골탈태의 보수개혁 방향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엄 이전부터 윤 전 대통령 실정을 비판한 이유.


“많은 분들이 저를 ‘보수’라고 부르신다. 굳이 부인하진 않지만, 저는 기자라는 직업윤리가 중요하다. 실사구시가 내 신념이다. 현실과 사실을 기초로 옳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시각은 지난해 2월 6일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르다.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의료대란을 일으켜 많은 분들을 억울하게 돌아가시게 만들었고, 총선까지 망쳤다. 의사 표가 약 100만 표가량인데, 국민의힘 수도권 참패의 가장 큰 이유다. 의료대란 이전에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축출에 실망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작은 천도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즉흥적으로 몰아붙이는 걸 보면서 ‘이 사람이 말하는 보수나 자유라는 말은 진실되지 않다’고 알았다. 의료대란, 집무실 이전, 이준석 몰아내기는 3대 실책이다. 과학적 근거 없는 의료대란의 연장선에 계엄 사태가 있다.”

-최근 보수진영의 행태를 평가한다면.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진영 다수가 박수부대로 전락했다. 보수정당, 보수 지식인 그리고 보수 언론이 거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의 3대 실책은 자유민주주의자, 시장경제론자가 할 수 없는 짓이다. 보수적 가치는 법과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데, 그걸 모두 무시했다. 보수를 공격하는 정책이었는데, 국민의힘과 지식인, 언론이 박수만 쳤다. 윤석열 실패의 공범자가 됐다.”

-건전한 보수를 재건하는 방법은.


“가짜와 진짜 보수의 구별 작업이 필요하다. 누가 진짜인가를 놓고 이론투쟁도 하고, 국민의힘 경선도 그게 주된 쟁점이 돼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선거를 통해서 결판을 내야 한다. 조기 대선의 의미도 거기에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한국 보수세력의 재기 여부도 달렸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계엄 찬성’ 인물을 후보로 뽑는다면 가망이 없다. 그 경우 보수의 대표성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

-누가 후보가 돼야 하나.


“국민의힘 경선관리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만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라서 계엄 찬성, 탄핵 반대한 사람은 출마 자격이 없다. 후보 가운데 한동훈과 안철수만 자격을 갖췄다. 둘 중 한 사람이 최종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이 재기할 수 있다고 본다. 선거공학적으로 이기려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필요하다. 단일 후보가 나오면 60대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의 대결에서 논점이 바뀔 것이다. ‘계엄’이나 ‘탄핵’이 아닌, ‘시대 교체’ ‘정치 교체’가 될 것이다. 선거판이 상당히 건설적으로 될 것이다. 민주당도 가장 위협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전광훈 목사 진영과의 관계는.


“그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그들과 결별할 정도로) 머리가 좋다. 다만 걱정되는 게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다. 진영 논리와 음모론이 결탁하면 가공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자칭 보수’가 꽤 많다. 이들은 진짜 보수가 아니기 때문에 자칭 보수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전 국민의 30%가량 된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4월 총선거로 음모론은 정리가 됐다. 수검표 단계를 하나 더 도입한 뒤 확실해졌다. 그런데도 (계엄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이 됐는데, 후유증이 단기간에 치유가 안 될 것이다. 음모론은 사교 집단의 믿음 같아서 한 번 빠지면 돌아오기 쉽지 않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적 대책이 필요한데, 음모론 유포자는 형사처벌해야 된다. (유튜버 등) 일부는 거짓인 줄 알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퍼뜨렸다. 명단도 공개해서 부끄럽게 만들고, 심한 경우에는 입학이나 취업시험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인식이 바뀌신 건가.


“그에 대해서는 변한 게 없다. 우리나라 기자 중에서 제가 이재명, 문재인을 가장 많이 비판했을 것이다. 다만 지금 윤 전 대통령 잘못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만 비판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양비론을 맞추려고 이재명씨를 끌어들이는 건 비겁한 논리다. 비판할 때는 하나만 해야 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이재명을 돕는다는 주장도 하셨다.


“이런 음모론 선동은 원래 좌파에서 시작됐다. 2008년 광우병, 2010년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선동 등이다. (18대 대선의) 2012년에는 문재인 후보가 부정선거로 졌다는 주장을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쪽에서 딱 정리를 했다. 너무 퍼뜨리면 사전투표율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정리를 했다. 2020년 4월 총선 이후 (보수 진영에서) 음모론이 퍼질 때의 논리 구조가 김어준 음모론과 비슷한데 그걸 국민의힘이 수습하지 못했다. ‘이재명 전 대표에게 안 좋은 건 설사 거짓말이라도 괜찮다’는 비겁한 심리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이 전 대표를 도와준다는 걸 알아야 한다. 퍼뜨릴수록 선거 불신이 생기고, (보수진영) 투표율만 떨어진다.”

-한덕수 추대론에 대한 생각은.


“국민의힘이 노예적 정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경선을 하고 있는데 한덕수에 무게를 두면 지금 경선은 이거 '2부 리그'라는 건가. 정당은 투쟁 조직이고 협회가 아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자세로서 덤벼야 될 조직인데, 지금 국민의힘은 ‘동호인 클럽’ 비슷하다. 경상도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 토호당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권력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권력의지가 있어야 치밀한 전략 전술이 나오는데 그것도 없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여러 사람에게 물었는데, 개헌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르다. 겉으로는 4년 중임제 또는 연임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속마음을 물어보면 대부분 정치인이 내각제를 원하고 있다. 일단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제 사이에서 큰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개정이 굉장히 어려운 '경성헌법'인데, 이걸 좀 쉽게 만들고 유연한 권력분립을 이루려면 내각제가 타당하다고 본다.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도 대부분이 내각제 국가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언론의 추가 역할이 있다면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의 진짜 명분으로 내놨던 것들이 진실인지에 대한 치열한 취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반국가 세력의 준동과 부정선거론을 내세웠는데, 진짜 원인은 다를 수 있다. 실제 원인이 윤 전 대통령의 사적 영역과 관련된 것이라면, 계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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