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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엑서터대, 서아프리카 밀림서 목격

수컷 침팬지 두 마리가 발효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먹고 있다./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것처럼, 야생 침팬지도 자연에서 발효돼 알코올이 함유된 과일을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이 처음으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은 “아프리카 기니비사우의 칸탄헤즈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 무리가 자연 발효된 과일을 나눠 먹는 장면을 10차례 촬영했다”고 22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밝혔다.

그동안 술에 취한 동물의 모습은 종종 소개됐다. 동물들이 열매나 꿀이 자연 발효되며 생긴 알코올을 섭취하고 비틀거리거나 숙취를 겪는 장면이 포착되곤 했다. 과거에는 이 같은 모습이 우연히 알코올을 섭취한 해프닝으로만 여겼다.

엑서터대 연구진은 침팬지들이 의도적으로 술자리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0월 같은 학술지에 다양한 동물이 발효된 과일이나 꿀을 통해 반복적으로 알코올에 노출되고, 일부는 의도적으로 이를 찾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특히 거미원숭이 같은 영장류나 나무두더지처럼 당분을 자주 섭취하는 동물일수록 알코올 분해 유전자가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발효된 과일을 나눠 먹고 있는 침팬지들./영 엑서터대

침팬지의 장기간 음주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1995년부터 17년간 서아프리카 기니의 한 마을에서는 야자수 수액이 발효되며 생긴 술을 침팬지들이 반복적으로 마시는 모습이 총 51차례 관찰됐다. 침팬지들은 나뭇잎을 씹어 플라스틱 통에 담긴 수액에 넣고 마시는 도구 사용 행동까지 보였다. 이 야자수 수액의 알코올 농도는 3.1~6.9%로, 맥주 수준에 달한다.

이번 침팬지 관찰 결과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침팬지들이 나눠 먹은 과일은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로, 자연 발효돼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었다. 과일의 알코올 농도는 최대 0.61%로 맥주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침팬지의 식단 60~85%가 과일인 점을 고려하면, 알코올을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음식을 잘 공유하지 않는 침팬지들이 발효된 과일을 나누는 모습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애나 볼랜드(Anna Bowland) 엑서터대 생태보존센터 연구원은 “인간이 술을 마시면 뇌에서 행복감과 이완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며 “이런 이유로 술자리가 사회적 유대감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침팬지 역시 유사한 효과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논문 교신 저자인 킴벌리 호킹스(Kimberley Hockings) 엑서터대 교수는 ”침팬지들이 의도적으로 알코올이 든 과일을 찾는지, 그리고 어떻게 몸에서 알코올을 대사하는지 알아내야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초기 형태의 ‘파티 문화’일 수도 있다“며 ”이 문화가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폰디아 몸빈 열매를 먹는 거미원숭이./니콜라스 차포이

이러한 행동은 ‘취한 원숭이 가설(Drunken Monkey Hypothesis)’로 설명되기도 한다. 2004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로버트 더들리 교수는 “과거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이 익은 과일에서 나는 알코올 향을 단서로 삼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과일을 찾아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생존에 유리한 신호였고, 이에 적응한 개체들이 살아남으며 알코올 분해 능력도 진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산타페대 연구진이 발표한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 1000만 년 전 인간의 조상에게서 알코올 분해 효소(ADH4)가 급격히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동물이 술을 즐기는 건 아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동물들도 ‘선을 넘는 음주’를 스스로 조절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돼지에게 술을 먹인 실험에서는 만취로 인해 먹이를 먹는 순서가 무너지자 상위 서열 돼지들이 술을 피했다. 야자수 술을 즐긴 침팬지 중에서도 다른 침팬지들이 잘 때 혼자 돌아다니던 개체 한 마리만이 과도한 음주를 보였다. 술이 사회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동물 사이에서도 경계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 셈이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cub.2025.02.067

Trends in Ecology & Evolution(2024), DOI: https://doi.org/10.1016/j.tree.2024.09.005

Royal Society Open Science(2015), DOI:

https://doi.org/10.1098/rsos.150150

PNAS(2014), DOI:

https://doi.org/10.1073/pnas.1404167111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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