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새 교황이 선출될 때는 바티칸의 베드로 광장에 엄청난 인파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인다. 투표할 때마다 베드로 성당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난다. 군중은 숨을 죽인 채 연기 색깔에 집중한다. 만약 검은색이면 아직 교황 선출이 안 된 것이고, 흰색이면 새로운 교황이 선출됐음을 뜻한다.

가톨릭에는 매우 독특한 교황 선거 방식인 ‘콘클라베’가 있다. 콘클라베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오직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단만 들어갈 수 있다. 이번에는 나이가 80세 미만인 추기경 138명이 교황을 선출한다. 콘클라베는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정해진 기한은 없고, 투표는 선출 때까지 무제한 이어진다.

추기경단이 투표가 열리는 회의장(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이 천장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 안으로 들어선 뒤에는 밖에서 강제로 문을 잠가 버린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회의장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추기경단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새 교황이 선출돼야 자물쇠가 풀린다.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다. 그 아래서 추기경단은 투표를 통해 교황을 선출한다. 중앙포토

이처럼 독특한 교황 선거 방식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콘클라베(Conclave)’라는 말은 라틴어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다. 다시 말해 ‘열쇠로 잠근 방’이란 뜻이다. 실제 추기경단이 시스티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 자물쇠를 채운다. 그 장면이 콘클라베의 시작을 상징한다.


중세에는 이탈리아의 많은 도시공동체가 주민들의 소요를 막기 위해 콘클라베로 시장을 선출했다. 베니스는 이 방식으로 공화국 총독을 뽑았다. 최초의 교황 선출 콘클라베는 1241년에 열렸다. 이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이 고통을 견뎌야 했던 역사상 가장 힘든 선거로 남아 있다.
그해 여름,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선종했다. 당시 로마는 극악무도한 정치가였던 마태오로소가 통치하고 있었다. 그는 빨리 새 교황을 뽑고자 로마의 추기경들을 모아서 강제로 황폐한 건물에 감금했다. 유폐의 고통은 극심했다. 심지어 한 추기경은 그 안에서 사망했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걸 보면서도 콘클라베는 계속됐다.

당시 무려 두 달에 걸친 콘클라베 끝에 새 교황이 선출됐다. 그러나 신임 교황도 취임 17일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혹독한 환경으로 인해 건강이 이미 악화한 상태였다. 다시 추기경들을 불렀으나 아무도 로마로 돌아가지 않았고, 교황의 자리는 2년간 비어 있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 콘클라베가 열리면 베드로 성당 앞 광장은 가톨릭 신자 인파로 가득 찬다. 이들은 성당 굴뚝에서 신임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리며 기도한다.연합뉴스

또 교황 선출에 3년이 걸린 적도 있었다. 추기경들의 지역적·민족적 이해관계가 얽혀 이합집산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시 참사회와 시민들이 문을 봉쇄하고 지붕을 덜어내 버렸다. 그리고 음식도 차단했다. 선거인단에게 물과 빵만 공급했다. 이러한 역사적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의 콘클라베 제도가 정착됐다. 지금도 교황 선출이 늦어지면 물과 빵, 와인만 제공한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037 한덕수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언급’···지켜보는 관료들, 전쟁 같은 대미 협상 랭크뉴스 2025.04.22
47036 국민의힘, 오늘 대선 경선 후보 1차 '컷오프'…4강 확정 랭크뉴스 2025.04.22
47035 [교황 선종] 유언따라 로마성당 지하 장식없는 무덤에 안장 랭크뉴스 2025.04.22
47034 김경수 "통일부를 평화협력부로 바꿀 것... 착한 2등은 없다" [인터뷰] 랭크뉴스 2025.04.22
47033 [단독] '어게인 금정' 한동훈의 해피워크... 함께 걸으며 표심 파고들기 [캠프 인사이드] 랭크뉴스 2025.04.22
47032 "장식없는 무덤, 묘비엔 이름만"…탈권위 교황의 검박한 유언 랭크뉴스 2025.04.22
47031 [단독] 다른 사람 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재판받게 한 '황당 검찰' 랭크뉴스 2025.04.22
47030 "이건희 때와 다르다"…이재용 경호원 없이 다니는 이유 랭크뉴스 2025.04.22
47029 트럼프 연준 흔들기에 뉴욕증시 2% 이상 하락 랭크뉴스 2025.04.22
47028 [교황 선종] 트럼프 "멜라니아와 함께 장례식 참석"…재집권 후 첫 외국 방문 랭크뉴스 2025.04.22
47027 얼마나 잘팔리길래…다이소·편의점 이어 대형마트도 뛰어든 ‘이 시장’ 랭크뉴스 2025.04.22
47026 선종 프란치스코 교황 입관…바티칸 현지 표정은? 랭크뉴스 2025.04.22
47025 무임승차 부담만 1조…지하철 출퇴근족 허리 휜다[양철민의 서울 이야기] 랭크뉴스 2025.04.22
47024 尹 “계엄령은 칼…요리·수술·살인 모두 가능” 랭크뉴스 2025.04.22
47023 시장 찾아 어묵 안 먹어도 '지지율 50%'… 이재명 '정책 집중' 통했다 랭크뉴스 2025.04.22
47022 "코스피 5천 열겠다"‥'기본소득·성 평등' 공약 랭크뉴스 2025.04.22
47021 [단독] 건진법사, 전 통일교 간부에 수억 받은 정황…尹 부부 만남 주선 조사 랭크뉴스 2025.04.22
47020 "그의 손길이 11년의 버팀목"... 세월호·위안부·쌍용차·장애인 그리고 교황 랭크뉴스 2025.04.22
47019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갈수록 결혼 늦추고, 계층인식 낮을수록 출산 미룬다” 랭크뉴스 2025.04.22
47018 [단독]주요 식품·외식 기업 절반은 “미국산 GMO 감자, 원료로 안 쓰겠다” 랭크뉴스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