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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가 운영하는 'XR(확장현실)버스 1795'. 운행을 시작하면 스크린으로 변하는 창문을 통해 수원 화성의 역사와 1795년 을묘원행 당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모란 기자
" “XR(확장현실) 버스 1795, 출발합니다.” "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 연무대(동장대) 주차장. 운전기사 윤문상(63)씨의 말과 함께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바깥이 환하게 보이던 창문이 스크린으로 변했다. 조선 정조대왕이 만든 신도시인 수원 화성의 역사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까지 행차한 ‘을묘원행(1795년)’의 3D 입체영상 등이 펼쳐지자 승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승객 임준영(23)씨는 “성곽을 쌓는 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본 뒤 실제 성곽을 보니 화성이 다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수원문화재단이 운행하는 수원시 시티투어인 XR버스다. 조선 시대 군사 훈련장이었던 화성 연무대를 출발해 40분 동안 화성 남문 팔달문과 서문 화서문, 정문 장안문을 따라 돈 뒤 북수문(北水門)인 화홍문을 거쳐 다시 연무대로 돌아온다. 매주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하루 4차례, 회당 18명의 승객을 태우고 무료로 운행하다 보니 예약 시작과 동시에 바로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수원시 관계자는 “탑승 인원이 적어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원에서만 볼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에만 1만6000명이 탑승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가 운영하는 'XR(확장현실)버스 1795' 버스. 운행을 시작하면 창문이 스크린으로 변해 수원 화성의 역사와 1795년 을묘원행 당시 모습을 보여준다. 최모란 기자
경기 수원시가 운영하는 'XR(확장현실)버스 1795' . 스크린으로 변한 창문을 통해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까지 행차한 을묘원행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수원시

본격적인 봄철 여행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시티투어버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편하게 지역 명소를 방문할 수 있고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하는 등 편하게 운영할 수 있어서다. 21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시티버스투어는 2000년 전후부터 도입돼 현재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100여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유명 역사 관광지 등을 돌아보는 코스로 운영된다.

매일 오전 10시쯤 춘천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춘천시 시티투어버스는 지난 3월 한 달간 1057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390명)보다 탑승객이 2.7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춘천시 관계자는 “반값 탑승 이벤트와 출렁다리, 구봉산 카페거리 등 관광 수요가 높은 명소를 노선에 포함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시티투어버스는 반값 이벤트 등으로 지난 3월 탑승객 수가 작년보다 2.7배 증가했다. 춘천시
하지만 모든 시티투어버스가 웃는 건 아니다. 상당수 시티투어버스가 찾는 여행객이 없어서 빈 차로 운행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편리해지고, 자동차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만차로 운행하는 시티투어버스는 사실상 보기 드물다”고 했다.

시티투어버스는 대부분이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지자체가 매년 수억원 예산을 지원해도, 이용객이 없으면 만성 적자로 이어진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시티투어버스는 대형 버스 면허 소지자만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전기사 채용도 쉽지 않고, 운전기사 임금과 유류비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금액이 있어서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적자 문제 등으로 사업을 꺼리면서 시티투어버스 업체를 찾지 못하거나, 다른 지역 여행사와 계약하는 지자체도 많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시티투어버스 적자에 한몫했다. 제주관광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19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의 시티투어버스 이용객 수가 8만3000명에 달했는데 2023년 4만9302명, 지난해 5만2172명 등 아직도 이용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23년 2만7678명에서 지난해 3만2199명으로 시티투어버스 이용객이 늘었지만 5000원~1만2000원 정도인 싼 요금에 각종 할인혜택까지 적용되면서 매년 10억원 상당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용요금이 타·시도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아서 40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없는 노선 운행을 중단하거나 손님이 없는 평일, 동절기엔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지자체도 많다. 탑승자 수가 15명 이상일 경우만 운행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관광지 일색이던 행선지를 전통시장이나 축제·야간 행사장 등 특색있는 노선으로 꾸미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등은 인접한 기초 지자체 2~3곳을 연계한 광역시티투어 상품을 내놨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이훈 한양대(관광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시티투어버스 사업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면서 한계가 생긴다”며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노선 등 다차원적인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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