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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기자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이전 문재인 정부 때만큼 많이 오르지 않아 떠들썩한 이슈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더욱 심해진 주택시장 양극화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중저가 주택 가격은 제자리걸음이지만 고가주택은 상당히 올랐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월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7, 9월 납부할 재산세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12월 고가주택 종부세는 다르다.

지난해 2층이 역대 최고 주택 거래가격인 305억원에 팔리고 꼭대기층 펜트하우스 공시가격이 200억원을 넘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뉴시스
공시가 30억원 초과 지난해의 1.7배
지난달 예정가격을 열람한 주택 1966만 가구의 공시가격이 이달 말 결정된다.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1558만 가구와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 408만 가구다. 공시가격은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된 시세에 일정한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정부가 밝힌 올해 공동주택 시세반영률이 평균 69%(시세 수준별 68.1~75.3%)다. 시세 10억원 주택의 공시가격은 6억9000만원인 셈이다.
1966만가구 공시가 이달말 결정
고가주택 많이 올라 양극화 커져
초고가 현실화율 아직 많이 낮아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 크게 늘어

올해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전국 2억6032만원, 서울 5억5782만원이다. 서울에서 공시가격을 5억원을 넘어야 중간 정도 가격의 집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 평균 가격은 공시가격 총액을 주택 수로 나눈 값이다. 가격순서의 중간은 중위가격이라고 한다. 올해 전국 1억7100만원, 서울 3억7400만원이다. 서울 중위가격이 평균보다 2억원가량 더 낮다. 중위·평균 가격이 50% 정도까지 벌어졌는데 정부가 중위·평균 가격을 공개한 2017년 이후 가장 크다. 평균이 중위에서 위로 멀어질수록 고가주택이 많이 몰려있다는 뜻이다. 중위와 평균의 격차는 양극화의 지표다.

김주원 기자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로 지역별 주요 단지를 비교해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상승률이 29억7600만원에서 37억8100만원으로 27.1%였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상승률은 각각 14.9%, 5.2%다. 전체 공동주택이 올해 2.3%(34만7000가구) 늘었는데 1주택자 종부세 기준인 12억원 초과는 지난해 26만7061가구에서 31만8308가구로 19% 증가했다.

초고가주택 상승세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위 상승률이 26.3%로 서울 전체 평균(6.4%)의 4배가 넘는다. 1위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 전용 464㎡와 3위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244㎡는 각각 56%, 49.4%에 달했다. 공시가격 30억원 초과가 지난해 1만2708가구에서 올해 2만2512가구로 77% 늘었다. 상당수 주택 공시가격이 아직 코로나19 이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초고가주택은 역대 최고 공시가격을 경신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실거래가 100억원 이상 거래가 많이 늘어날 정도로 초고가 주택시장으로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면서 공시가격도 치솟았다”고 말했다.

실거래가에 한참 뒤처진 초고가주택 공시가
초고가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실거래가격에 비하면 한참 낮다. 지난해 최고 실거래가는 에테르노청담 전용 255㎡ 305억원이다. 이 주택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대비 35%인 106억2000만원이다. 145억원에 거래된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98㎡의 공시가격은 절반에 못 미치는 71억원 정도다. 정부가 시세 15억원 초과 구간에 설정한 시세반영률은 75.3%다.

2023년 110억원에 거래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의 2024년 공시가격이 74억9800만원으로 실거래가의 68%였다. 같은 주택형이 지난해 8월 180억원에 팔렸고 올해 공시가격은 100억9100만원으로 56%다. 나인원한남 전용 273㎡도 실거래가가 2021년 84억원에서 지난해 220억원으로 162% 뛰었고 같은 기간 공시가격은 8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50% 올랐다.

김주원 기자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테크 가격 통계를 기초자료로 참고해 산정한다. 거래가 거의 없는 초고가주택은 가격 통계가 없어 사실상 실거래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초고가주택의 경우 일부 비정상적인 거래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어 실거래가를 모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에테르노청담 공시가격에 의아스런 대목이 있다. 에테르노청담은 한강 변이어서 한강 조망권을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한강 조망권은 최고의 집값 프리미엄 요인이고 고가주택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한강변 아파트의 저층과 고층 공시가가 대개 20~30% 차이 난다. 에테르노청담과 300m가량 거리를 두고 마찬가지로 한강을 내려다보는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의 2층과 18층은 거의 배 차이다. 18층이 2층 62억5700만원보다 45억1300만원(72%)이나 더 비싼 107억7000만원이다.

하지만 에테르노청담은 층간 차이가 없다. 6~16층 공시가격이 모두 93억8600만원으로 동일하다.

올해부터 재산세 5% 상한제 효과 톡톡
올해 보유세 걱정은 공시가격이 꽤 오른 강남 등 고가주택 정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것도 세금별로 체감 부담이 다르다. 7, 9월 절반씩 나눠내는 재산세는 공시가격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5%까지만 늘어난다. 재산세 과세표준(과표) 상한제에 따라서다.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1주택자 45%)을 적용한 과표와 지난해 과표의 1.05% 중 적은 금액이 올해 과표가 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재산세 과표상한제가 지난해 시행됐는데 지난해엔 공시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아 사실상 올해부터 고가주택 중심으로 혜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별다른 감면이 없어 급증할 수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 공시가격이 지난해 27억7400만원에서 올해 34억3600만원으로 24% 올랐다. 재산세는 700만원에서 740만원으로 40만원(5%) 늘어난다. 과표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27%(190만원) 증가한다. 종부세는 64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69% 늘어난다.

초고가주택은 종부세가 급등해도 그나마 공시가격이 몸값 대비 저평가된 덕에 세금 부담도 줄인 셈이다. 초고가주택일 수록 공시가격과 실거래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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