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은 가치중립적이고, 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는 법적 수단"이라며 재차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오늘(21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 윤 전 대통령 "계엄령은 칼…요리도 범죄도 가능"
윤 전 대통령은 공판 도중 발언권을 얻어 "이 사건은 계엄 선포 관련해서 '계엄이 내란이다'라는 구조로 이뤄진 것"이라며, " 계엄령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칼과 같다. 요리도 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을 수술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협박이나 상해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는 식으로 도식적으로 보면 안 된다. 계엄으로 인해 민주헌정질서가 무너졌는지, 장기 독재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됐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서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것을 감안해 소수의 병력을 동원했다"라며 "나라가 비상사태라는 걸 대통령이 선언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계엄 선포밖엔 없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 집권 계획 등을 실현하기 위해 군을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를 따져야 내란죄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1회 공판기일 이어 '비상계엄 정당성' 설파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풀어보면, 계엄이라는 수단 자체는 가치중립적이고 그 사용 목적과 방식에 따라 적법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지난 14일 열린 1회 공판에서 12·3 불법계엄이 야당 등에게 경고하기 위한 이른바 '메시지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형법 제87조에 따른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처벌하는 범죄인데, 계엄의 목적과 실행 방식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앞서 헌재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엄 선포 및 그에 수반한 조치들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피청구인이 가지게 된 이러한 인식과 책임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문구를 기재했는데, 이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 일부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에서 송부받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문을 이날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 윤 전 대통령 "일부 증거 동의 의사" 증인 순서 조정 요청
검찰과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증인신문 순서와 관련해서도 설전을 벌였습니다. 각자 유리한 증인을 먼저 신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발언권을 얻어 "전직 대통령인 저 혼자 재판을 받는데 증인들을 이렇게까지 법정에서 들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다소 불리해지더라도 전문증인(내용을 경험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증인)들에 대해 과감하게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기일을 올해 12월까지 미리 지정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기일은 5월 12일입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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