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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목포에서 발생한 응급심장질환 환자가 닥터헬기로 부천세종병원에 이송되고 있다. 사진 세종병원

지난 2일 오후, 응급수술이 필요한 대동맥박리 환자 A(54)씨가 빅5 병원 중 한 곳의 응급실로 이송됐다. 하지만 당시 이 병원에는 A씨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A씨는 다시 차로 40km 떨어진 부천세종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하니 오후 10시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지만, 당직 중이던 흉부외과 전문의가 곧바로 손상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치환술을 실시했다. A씨는 수술 이틀만에 안정적인 혈압·심박수를 되찾으며 회복했다.

부천세종병원은 상급종합병원(3차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2차병원)이지만, A씨처럼 서울 내 주요 3차병원에서도 받지 못하는 위급한 심장 환자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심장질환 치료가 어려운 지방에서 전원 의뢰가 오면 무조건 수용한다. 이번달에도 충남 아산, 전남 목포 등에서 이송된 환자에 대한 수술이 이뤄졌다. 부천세종병원과 같은 재단 소속인 인천세종병원까지, 2곳 병원에서 지난 8년간 이뤄진 고난도 심장 수술·시술은 1706건에 달한다.

국내에서 한해 200여건만 실시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심장이식 수술도 지난해 이들 병원에서 20건(부천 5건, 인천 15건) 이뤄졌다. 두 병원을 운영하는 혜원의료재단 박진식 이사장은 지난 17일 만난 취재진에게 “이번주에도 심장이식 수술이 부천·인천 세종병원에서 각 1건씩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인천세종병원 의료진이 심장이식 후 중환자실에서 회복하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세종병원

1982년 문을 연 부천세종병원(301병상)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병원이다. 인천세종병원(307병상)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개원했지만, 지역 내 심뇌혈관질환자의 최종치료를 책임지는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10곳 중 하나로 지난 1월 지정됐다. 오병희 인천세종병원 원장은 “심장질환에서만큼은 저희도 상급종합병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런 성과는 개원 당시부터 ‘심장 전문’을 지향한 경영진의 판단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심장 분야 전문의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두 병원이 보유한 심장내과·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부천 16명·9명, 인천 10명·5명으로, 같은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들을 앞지른다. 흉부외과 중에서도 전국에 41명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소아심장’ 세부전문의 4명(10.3%)도 부천세종병원에 근무한다.

전문의 감소 등으로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는 심장 분야에서 2차병원이 약진할 수 있던 방법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사명감 있는 의료진의 헌신으로, 이들의 몸을 갈아 넣어서 유지해왔다”면서 “하지만 이 상태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상급종합병원과의 수가(의료서비스 가격) 차이다. 김경섭 인천세종병원 공공의료실장은 “같은 환자를 같은 방법으로 치료해도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이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더 낮다”며 “입원료·식대·처치료까지 더 적은 수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이사장이 재단 소속 인천세종병원의 신속대응팀의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심장 전문가로 의료진을 육성해놓으면 다른 병원으로 빠져나가는 일도 빈번하다. 박 이사장은 “세종병원은 ‘심장병 사관학교’로 불린다. 여기서 훈련받은 심장 관련 의료진이 전국 대학병원들로 옮겨서 일하기 때문”이라며 “인력 양성을 위해 병원이 많은 자원을 쏟아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후배 세대가 계속 자라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고난이도 필수의료에 3차병원 만큼 역량이 있다면, 그만큼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게 2차병원들의 바람이다. 박 이사장은 “(돈이 되는) 비급여 항목을 개발해서 규모를 키우는 병원을 보면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하나’ 유혹이 자꾸 든다”면서도 “비급여 진료는 환자 부담이 크니 가급적 하지 말자는 게 우리 병원의 목표다. 필수의료, 급여 진료에 집중하는 의료기관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발표한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에서 지역 2차병원에 대한 지원을 주요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2차병원의 중환자실 수가 인상, 응급의료행위 보상 강화, 성과지원 등에 향후 3년간 2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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