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노화를 이끄는 물질이 확산되는 과정을 밝혀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노화된 세포가 다른 세포로 노화 물질을 전달해 온몸으로 노화가 확산되는 과정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해 발표했다.
고려대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전옥희 교수와 미국 UC버클리대 이리나 콘보이 교수, 터프츠대 크리스토퍼 와일리 교수 공동연구팀은 ‘고이동성 1군 단백질(HMGB1)’이 세포 노화를 전신으로 확산시키는 기전을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메타볼리즘’(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에 게재됐다.
노화세포는 주변에 염증 유발 물질과 노화 유도 신호를 내보내 주변의 다른 정상세포들까지 함께 늙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노화세포들이 여러 조직에 쌓이면서 몸 전체의 기능이 떨어지고 회복 능력도 점점 감소하게 된다.
연구 결과, 노화세포에서 분비된 HMGB1은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며 정상적인 세포와 조직의 노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 과정은 특히 근육 조직의 재생을 저해하며 기능 저하를 일으켰다. 연구진은 자극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처음에 노화가 일어난 세포에서 정상세포로 전달된 HMGB1 중에서도 주로 ‘환원형 단백질’이 다른 세포까지 노화를 확산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HMGB1의 활성도를 줄이기 위해 이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쥐에 투여해보니 전신 염증이 줄고 손상된 근육이 재생되면서 기능도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HMGB1가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인 RAGE 수용체를 차단했을 때도 세포를 노화로 이끄는 효과가 줄어들었다. 즉, HMGB1가 기능하지 못하게 하거나 다른 세포로 전이되는 경로를 막으면 노화가 퍼져나가지 않게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서 노화세포에서 유래한 물질이 노화된 혈액을 통해 전달되는 기전이 노화 및 연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연구를 종합하면 세포 노화 확산은 세포에서 시작해 혈류를 통해 온몸으로 전이되는 메커니즘을 따라 일어났다.
연구진은 노화를 퍼뜨리는 단백질인 HMGB1의 작용 원리를 밝혀냈으므로 이를 조절해 조직의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까지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전옥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가 특정 세포나 조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확산되는 ‘노화 전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자적 기전을 밝힌 것”이라며 “이 과정을 차단하면 조직 기능을 되살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