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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보 누락·복지부 심사 지연 등이 원인
어렵게 면허 취소돼도 재교부 가능성 여전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실수로 의료 사고를 내면 처벌 받지 않습니다. 일반 범죄로 금고형 이상을 받아도 실제 의사면허 취소 처분까지 하세월인 경우도 많습니다. 의대 재학 중 파렴치한 범죄로 징계를 받아도 졸업장만 따면 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종신 면허'나 다름없는 의사면허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형을 확정 받은 의사가 실제 자격을 박탈당하기까지 평균 300일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6년이 걸린 경우도 있었다. 가운을 벗어야 할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는 셈이다.

시효 없는 의사 면허 취소... 지연 빈번

형 확정 후 의사면허 취소까지 4년 이상 소요된 사례. 그래픽=이지원 기자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금고 이상 형(업무상 과실치사상 제외) 확정 판결 후 실제 면허 취소까지 걸린 기간은 최근 5년간 평균 315일에 달했다. 연도별로 2020년 574일, 2021년 278일, 2022년 213일, 2023년 309일, 2024년 205일이었다. 환자 처지에선 자격 없는 의사로부터 위험천만한 진료 행위를 받는 거나 다름없다.

지난 5년간 의사면허 취소는 총 137건이었는데 이 중 약 30%(40건)가 형 확정 뒤 1년 이상 지난 '늑장 취소'였다. 형 확정 뒤 2년 넘도록 면허를 유지한 의사도 13%(18건)나 됐고, 심지어 4년 이상 경과된 경우도 5건 확인됐다. 의사 A씨의 경우 비의료인에게 고용된 의료법 위반으로 2014년 4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6년 3개월 지난 2020년 7월 면허가 취소됐다.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꾸미고 약국과 담합 행위를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2017년 8월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의사 B씨는 4년 7개월간 면허를 유지하다 2022년 6월 가운을 벗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형 확정 후 의사면허 취소 조치 기한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면허 취소는 검찰 통보를 받은 복지부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대검찰청 예규 '인·허가 및 자격 관련 범죄 통보 지침'에 따르면 검찰은 의료인의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복지부에 통보해야 하고, 복지부는 해당 의료인에 대해 면허 취소 행정처분을 시행해야 한다. 검찰 통보나 복지부 심사 과정에서 누락이나 지연이 발생하면, 형 확정 이후에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검찰의 형 확정 통보 지연으로 행정 처분이 늦어진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대검 측은 "과거 일부 누락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2023년 9월부터 빠른 통보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면허 취소돼도 재교부 가능성은 여전

최근 5년간 의사 면허 재교부 현황. 그래픽=이지원 기자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재취득의 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라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소멸하고 3년이 지나면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재교부 여부를 판단하는 복지부 산하 '면허재교부소위원회' 위원 과반이 '개전의 정(뉘우치는 태도)'이 뚜렷하다고 인정하면 승인 대상이 되고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는 387명, 실제 재교부받은 의사는 115명이었다. 3명 중 1명꼴(30%)로 면허를 다시 취득한 셈이다.

다만, 신청 건수 대비 재교부 비율은 2020년 85%에서 2024년 9%로 대폭 줄었다. 2020년 면허 재교부 심의제 도입에 따른 영향이란 분석이다. 의사 출신인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의료인, 법조인,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가 엄격히 재교부 여부를 판단하다 보니 재교부율도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의지에 따라 '자판기식' 재교부 승인을 내주던 관행이 사라졌듯 면허취소 지연 및 누락 문제도 제도 정비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 출신 정이원 법률사무소 이원 변호사는 "형 확정 후 일정 시일 이내에 면허 취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소병훈 의원은 "의사면허는 법 위에 군림하는 '황제면허'가 아니다"며 "정부는 신속한 면허 박탈이 이뤄지도록 절차를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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