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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 보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넘어, 분열과 변질·궤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유의 난맥상을 초래한 원인과 본연 가치에 충실한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는 길을 보수 진영의 정치 원로와 정치 평론가 등 4인의 심층 인터뷰로 점검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6일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도 그랬고, 그의 탄핵을 반대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심각한 문제로 삼은 것 중 하나가 부정선거론이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인사와 채용비리가 만연했던 만큼 선관위가 최근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이런 광풍 같은 음모론에 맞서고, 터무니없는 주장이 위험 수준으로 확산되는 걸 막은 학자가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다. 서울대 기획처장도 겸하고 있는 박 교수를 16일 서울대 행정관 4층 사무실에서 만나, 우리 보수의 위기상황과 건전보수로의 회복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수의 현재 상황은.


“보수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의 보수정당은 이승만, 박정희의 정당도 되지만, 노태우와 김영삼의 정당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가 조금이라도 전진할 수 있었던 때는 보수정당이 적극적 역할을 했을 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와 손을 잡은 북방정책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부 사조직 하나회를 정리했던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보수 쪽에서 나서서 그런 역할들을 해주면서 한국 정치가 한 스텝 더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 변질의 이유.


“정확한 답을 내놓기가 굉장히 어렵다. 가설적으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우선, 보수정당의 지향점이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우리 보수정당의 외연이 가장 넓었을 때가 2008년 총선 전후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서울, 경기 지역을 당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이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서 거의 궤멸됐다. 당시 선거를 지휘했던 고 정두언 의원은 “한국 보수정당이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 보수정당이 나아갈 길은 ‘3중(中)’”이라고 말했다.

-3중이 뭔가.


“세 가지 중간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첫 번째 중은 영호남이 아닌 서울, 그다음은 중산층, 마지막은 중간 세대를 잡으라는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 MB는 3중을 모두 달성했다. 그 이전 보수정당에는 없던 진보적 가치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이 MB를 진보적 후보로 인식했다. 그 진보의 성격은 MB의 시장친화적, 규제 완화 이미지였다. 그 이전 대한민국 보수는 ‘국가주도’ ‘경제발전’이 키워드인 ‘민정계’ 보수에 머물렀다. 반공과 국가주도 성장이 묶여 있던 시절, 시장친화는 굉장히 리버럴한 이미지였다. 그런 어젠다 아래서 서울, 중산층과 비교적 젊은 유권자들의 연합이 가능했다.”

-지금은 3중이 무너진 건가.


“민정계 보수와 시장중시 보수가 결합하면서 다수파를 형성했던 건데 이후 붕괴하고 연합도 깨졌다. 박근혜 정권 때 한 번 깨지고, 이번에 다시 한 번 더 깨진 거다. 리버럴한 경향의 사람들이라면, 어떤 측면에서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컨대 윤 전 대통령은 굉장히 반공주의적 얘기를 하는데, 리버럴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제 국민의힘은 ‘민정계 보수’를 넘어, 거의 유신 정도의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보수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면, 굉장히 어려워진 것 같다.”

-다시 외연을 확장할 가능성은.


“국민의힘 시절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가 하나의 노력이었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윤 전 대통령의 등장과 행동으로 차단됐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킨 배경도 그쪽에서 찾을 수 있다. 외연 확장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상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외연이 너무 줄어버린 상황에서, 선거에서 자신들이 상상하는 범위를 벗어나는 형태로 계속 패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행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거구제 문제를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


“지금 말씀드린 ‘유권자 시장’(Electoral Market)’을 차지했던 사람이 있다. 안철수 의원 같은 분이었고, 꽤 성공했었다. 2016년 총선에서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 크게 승리했다. 호남에 기반을 두기는 했지만, 영남과 서울∙경기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 선거제가 3당이 성공하기 굉장히 어렵게 된 게 문제다.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득표에서 2등을 할 정도였지만, 의석수에 밀리다 보니 (거대 양당에) 흡수가 돼버렸다. 거대 양당이 점유를 하고 있으면 3당은 들어가기가 어려운 구조다.”

-국민의힘이 양당 구도에 안주하고 있는 건가.


“한국의 양당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고하다. 말씀드린 유권자 지형 변화를 생각하면 대등한 사이즈의 양당제가 아니라 1당은 정해져 있고 2당이 거의 ‘2대 1’ 비율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트랩이 뭐냐하면, ‘못해도 2등’의 함정이다. 그렇긴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안전한 2등도 보장하지 못하는 뭔가가 나타날 수 있다. 한덕수 차출론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윤 전 대통령도 용병이었다. 대선 후보자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 즉 정치적 충원이 정당의 중요한 역할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런 소리를 싫어할 분들이 있을 텐데, 어떻게 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내 세력을 가진 사람보다 세력이 없는 사람이 들어오는 걸 선호할 수 있다. 내부자들이 당권은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유권자들의 각성은 가능할까.


“나도 답답한 부분인데, 예전에는 유권자 운동 같은 것이 좀 있었다. 그게 정부보조금 받으며 그냥 죽어버렸는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유권자 운동은 없고 유튜버들만 설친다. 유권자들도 갈등 상황을 더 즐기는 느낌이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더라도 응원하는 팀이 있어야 재밌는 거니까, 지금 정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하다. 인센티브 구조로 셋업된 유튜브나 SNS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권자들도 말로는 ‘양극화를 넘어야 한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더 자극적인 정보에 스스로를 노출시킨다.

-유권자 교육 방법은 없을까.


“학문적으로는 ‘정치사회화’라고 하는데, 젊은 세대가 정치공동체에서 투표권을 얻게 되면 투표와 정치토론에 대한 걸 가르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입시 위주로 진행되는) 공교육에서는 그런 커리큘럼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사회화를 유튜브에 외주를 준 상황이다. 단기적 솔루션을 아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생각해 볼 만하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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