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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휴지 등 필수품 동나
중고차 가격 5개월래 최고
"트럼프 정책 지지 안한다" 55%
부정적 반응 앞서 '데드크로스'
19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북쪽 조지아애비뉴에 있는 월마트의 세제 코너가 사재기 쇼핑의 여파로 텅 비어있다. 이태규 특파원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미국 소매시장에서는 이른바 ‘관세 사재기’ 조짐이 확연하다. 관세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품목 중 유통기한이 긴 제품군을 중심으로 미리 쟁여놓는 움직임이 미 전역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25%의 관세가 발효된 자동차의 경우 차 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구매하는 ‘막차 수요’도 몰리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내 북쪽 조지아애비뉴에 자리한 월마트에서 만난 롭 마빈 씨는 “관세정책으로 프랑스산 술을 쟁여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쇼핑카트에 휴지·음료수·식재료 등을 수북하게 담은 마빈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많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도 “이전보다 세제·옷·신발 등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는 트레이더조 매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유럽연합(EU)에 대한 20%의 상호관세가 7월까지 유예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심리에 이탈리아산 스파게티면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는 트레이더조 매장에 1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산 파스타면 매대가 비어 있다. 이태규 특파원


서부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구글 본사가 위치한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월마트에서는 텅 빈 휴지 매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인근 대형마트 타깃 매장에서는 일회용 종이 그릇 등이 동나 있었다. 휴지의 경우 캐나다산 목재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알려진 품목이다.

특히 3일부터 수입 완성차에 25%의 관세가 매겨지면서 차를 살 계획이 있던 사람들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앤드루 노이버거 씨는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적어도 1~2년은 지금 타는 차를 팔 계획이 없었지만 관세 관련 소식을 듣고 불확실성 때문에 서둘러 새 차 구매를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결국 지난달 아우디 차량을 리스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관세 여파는 중고차 시장으로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중고차 시장에서 2023년형 현대 투싼을 구매했다며 인증샷까지 올리고 “관세 때문에 제품 조사를 하나도 하지 않고 차를 사버렸다”며 “현대차는 처음인데 내가 알아야 할 것들 좀 알려 달라”고 적었다.

1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월마트에 휴지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윤민혁 특파원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4% 증가해 예상(1.3%)을 웃돌았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이 2월보다 5.3% 증가하며 전체 지표를 견인했다. 관세가 신차 가격을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이면서 중고차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그루스에 따르면 미국 평균 중고차 가격은 17일 기준 2만 7609달러로 지난해 11월 22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앞당기면서 하반기에는 씀씀이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에 미국 내 반(反)트럼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워싱턴·뉴욕·샌프란시스코 등 미 전역 700여 곳에서는 2주 만에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마운틴뷰 타깃에서 만난 메이 밀러(80) 씨는 “연금 생활자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이 치명적인데 주가까지 폭락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CNBC가 9~13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경제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5%를 기록했다. CNBC가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 경제정책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응답이 긍정을 앞지른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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