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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만성적 공급과잉과 미분양 실태조사
“시행사·건설사 수익성 위해 상가 비율 과다 책정”
LH 등 신도시 택지 개발 기관도 상업용지로 개발이익 챙겨


주요 신도시의 공실이 심각한 수준까지 이른 것은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곪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누구나 전자 상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사회가 진화했지만, 택지를 조성, 개발해서 공급하는 정부 산하 공기업, 이 택지를 낙찰받아 분양이익을 챙겨야 하는 시행사에 공사비를 받아야 이익을 얻는 건설사들은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높은 가격에 택지를 팔아 고가에 분양하면 이익이 남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가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상가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음에도 신도시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상업용지를 과하게 책정하거나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상가로 분양하도록 정했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미분양, 높은 공실률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수분양자와 임차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서울 종각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 뉴스1

권익위 “시행자와 건설사업자 수익성 위해 상가 비율 과하게 정해”

이런 실태에 대해 정부도 이제야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신도시 개발 시 도시개발 시행자와 건설사업자는 수익성을 위해 상가 비율을 과하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이후 소비 동향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상가의 구매, 임대 수요는 대폭 감소해 공실이 장기화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2년부터 공실 문제가 경기침체와 맞물려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면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신도시 개발을 초기 단계부터 계획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권익위는 시행사(시행자)와 건설사업자(건설회사)의 수익성을 위해 상가 비율을 과하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가의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은 공급과잉의 구조가 시행사와 건설사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과잉 공급 구조를 이야기할 때 택지를 조성, 개발해서 공급하는 정부 산하 공기업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신도시 택지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모든 계획을 수립하는 곳이 LH 등 정부 산하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보통 아파트 등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양가격을 통제한다. 주거 안정성을 위해 정부가 너무 높은 이윤을 남기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가를 분양할 때는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팔아도 특별한 규제가 없다. 주택 분양에서 줄어든 이익을 상가 분양에서 회복하도록 허용하는 셈이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LH 등에서 상업용지 비율과 상가 비율을 높여 택지를 높은 가격에 팔았고 이를 낙찰받은 시행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상가를 과잉공급하는 구조가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택지개발을 위해 투입된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데 주택지에 대한 가격은 제한돼 있어 상가용 토지를 많이 배정해 개발 비용을 돌려받으려는 것도 상가 과잉 공급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신도시를 계획할 때 LH나 지자체는 주거용지보다 상업용지를 배정하는 것이 가격 면에서 더 유리해 과도하게 배정하고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업용지를 파는 게 개발자 입장에는 남는 장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상업용지를 더 많이 할당하면 더 높은 가격으로 시행사에 매각할 수 있고 시행사는 이렇게 받아온 토지를 더 높은 가격으로 분양해 온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와 LH에 따르면 부동산 활황기였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LH는 공공주택 분양과 신도시·택지개발로 99조5000억원의 매출, 21조2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다.

그래픽=손민균

3%면 적당한 상업용지 비율 10% 넘는 곳도

이런 구조를 형성하는 데는 제도적 영향도 크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규정은 신도시를 처음 개발할 때 상업용지의 비율이다. 상업용지는 다양한 상업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토지로 흔히 도심이나 주요 상업지구에 위치해 상업 건물, 쇼핑몰, 오피스 빌딩 등과 같은 상업시설을 짓는 데 사용된다.

상업용지는 일반 상업용지, 중심 상업용지, 근린 상업용지, 유통 상업용지 등으로 갈린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개발할 때 상업용지의 비율은 국토부의 훈령인 ‘공공주택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인구와 개발 규모를 고려해 LH 등 택지개발 기관이 정하도록 해놨다. LH 등 개발기관의 재량에 맡긴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 신도시를 조성할 때 적정한 상업용지 비율은 3%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수의 신도시들은 훨씬 높은 비율로 상업용지를 배정해 조성됐다. 일부 도시 중에선 10%가 넘는 상업용지로 조성된 곳도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평균 상업용지 비율 6.9%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 신도시는 10.4%, 경기도 성남시 분당 신도시는 8.4%,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는 7.8%를 상업용지로 채웠다. 2기 신도시 중에서도 동탄2신도시(6.0%), 위례신도시(6.6%) 등은 상업용지를 6% 넘게 책정했다.

지자체는 상업지역 내 10% 이상은 상가 공급 제한

상업용지와는 별도로 토지의 용도를 제한하는 용도지역 규제도 과잉 상가 공급의 주요 원인이다. 용도지역이란 토지의 이용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제한하는 규제인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라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관리지역 ▲녹지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으로 나뉜다.

현재 국토계획법 시행령에는 도시 내 상업지역에 주상복합시설을 지으면 상가(비거주시설)를 10% 이상 지어야 한다고 정해놨다. 10%를 일종의 하한선으로 제시한 셈이다. 또 각 시·도가 조례를 통해 이 비율을 15~30% 등으로 10%보다 더 높게 잡을 수 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 조례에서 이 비율을 30%로 정했지만, 상가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9년 3월 상가 비율을 20%로 낮췄다. 현재는 다시 10%로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2월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 상가 비율을 기존 15%에서 10%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주상복합시설에 수요가 더 많은 주거형 시설을 짓지 못하게 하고 상가를 10% 넘게 의무 분양하도록 못 박은 규제라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규제”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도시 전체 건물 10곳 중 1곳은 상가, 수분양자들은 “탈출하고 싶다”

도시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업용지 비율을 높이고, 상업지역 내 상가 비율도 일률적으로 10% 이상으로 정해놓으면서 주요 도시들은 상가로 채워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신도시 평균 상가면적(도시 전체의 건축물 면적에 대한 상가면적)은 10.9%, 수도권 도시 평균은 12.9%, 지방 도시 평균은 14.8%다. 도시 전체의 건물 10곳 중 1곳 이상이 상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업용지가 아닌 아파트 단지 등 주거용지에도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온다”면서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의 상업용지 비율과 상가 의무비율이 너무 높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상업시설을 일정 비율 이상 넣도록 의무화했지만, 소비패턴이 온라인 상거래로 완전히 바뀐 지금은 이런 규제 때문에 미분양과 공실로 남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과거의 소비패턴을 중심으로 세운 규제가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과잉 공급으로 인해 공실이 늘면서 발생한 피해는 상가를 분양받은 수 분양자와 임차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울산의 한 상가 분양자는 “공실 4년을 겪고 20년 전 임차료보다 내려 겨우 임차인을 채웠다”고 했다. 다른 분양자는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상가 임대는 사양산업이 될 것 같다”며 “탈출하고 싶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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