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3월 11일 비자금사건 첫 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서 있다. 중앙포토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선 모습이 사진·영상으로 처음 공개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에서 417호 법정 내 촬영을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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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4명 모습 찍힌 역사적 법정 417호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이 법정에 선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8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같은 법정에 섰다. 네 차례 모두 재판부가 1차 공판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 재판 시작 전 촬영을 허용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재판장이 법정 내 촬영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5인의 법정이 같은 건 417호가 방청석이 150석 규모인 형사대법정이기 때문이다. 소법정(30~40석)과 중법정(100여석)에 비해 많은 방청객이 들어갈 수 있고 피고인석과 변호사석, 검사석도 가장 넓다. 3층 높이 천장에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고, 재판부가 앉는 법대(法臺) 너비는 10m에 달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피고인 수가 많거나 관심도가 높아 더 넓은 방청석이 필요할 걸로 예상되는 사건은 재판부 신청에 따라 선착순으로 대법정을 이용한다”고 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하늘색 수의와 흰 고무신 차림으로 나란히 법정에 서 있는 사진의 배경도 417호다. 12·12 쿠데타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1996년 3월 열린 1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약 1분 30초간 촬영을 허용했다. 재판장은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국민 여러분을 위해 잠시 공판 외 절차를 갖겠다”며 “TV 카메라 기자 한 조, 사진기자 1명에게 잠시 피고인들의 뒷모습을 촬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 등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와 함께 출석,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으나 2021년 12월 31일 사면·복권됐다. 조문규 기자
가까이는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이곳에서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공판에서 구속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서 최소한의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와 변호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서로 정면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영상으로 남았다. 2018년 5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자금 횡령 혐의로 같은 자리에 섰다. 수감 생활로 6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으로 입장문이 든 노란 봉투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두 사건은 선고기일도 생중계가 허용됐다.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도 417호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다. 2017년에는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대거 기소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관계자들이 이곳에서 재판을 받았다. 지금은 내란 혐의 사건 3개 외에도 SPC그룹 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건, 서해 피격 은폐 의혹 사건 등이 417호에서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첫 공판에 앉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20년 대법원에서 17년형을 확정받았으나 2023년 신년 특사에서 사면·복권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 경호처 차량을 타고 법원에 출석한다. 1차 공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약 200m 떨어진 사저에서 차량으로 출발해 지하주차장으로 법원에 들어올 전망이다. 법원 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고등법원은 경호처 요청, 청사 방호 등을 고려해 “피고인 측이 지하주차장 진·출입을 요청할 시 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는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이 1차 공판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다. 두 증인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1차 공판에서 검찰이 주신문을 진행했다. 조 단장은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반박 취지로 증인을 신문하는 반대신문을 진행한다. 1차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