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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만 종 수출, 7만 개 업체' 세계 최대 도매시장
전 세계 바이어로 활기...'관세' 여파로 미국인만 뚝
상인들 "관세 영향 없을 순 없지만, 영향 제한적"
전 세계에 210만여 종 잡화를 수출하는 초대형 도매시장인 중국 저장성 이우시 이우시장의 또 다른 별명은 '세계의 슈퍼마켓'이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매긴 145%(품목별 최대 245%) 관세가 발효된 가운데, 19일 이 시장을 방문한 외국인 바이어들이 샘플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이우=이혜미 특파원


"미국인들은 올해 크리스마스가 되면 관세가 얼마나 잘못됐는지 분명히 알게 될 거다. 과거에 1,000달러로 트리를 꾸몄다면 이젠 2,450달러를 쓰게 됐으니까."


중국 남부 저장성의 세계 최대 도매단지인 이우국제상무성(이우시장). 550만㎡(166만 평) 면적에 210만여 종 잡화를 취급해 '세계의 슈퍼마켓'이라 불리는 곳이다. 지난 19일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10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145% 대(對)중 관세(품목별 최대 245%)에도 담담한 기색으로 이같이 말했다.

20년 넘게 크리스마스 장식 도매업에 종사한 그의 주 고객은 이제 유럽, 남미의 수입상들이다. 직접 거래하는 미국 고객은 10%도 되지 않는다. 한때 미국에 절반 가까이를 팔았던 적도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7년 전후 1차 미중 무역 갈등이 전개되면서 비중을 점차 줄였다. 가게에 걸린 산타클로스 액자에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가 영어 대신 독일어와 그리스어로 적혀있다. 인근 도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그는
"고객이 원하는 어떤 언어로도 디자인 변경이 가능하다"며 "각국에 맞는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어 팔면 그만"
이라며 냉소했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의 이우국제상무성(이우시장)은 전 세계 크리스마스 제품의 80%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초대형 유통 중심지다. 19일 이우시장 건물의 한 골목 전체에 크리스마스 제품 도매상이 영업하고 있다. 이우=이혜미 특파원


올해 미국 크리스마스 트리만 비싸질 이유



이우시장은 전 세계 크리스마스 제품의 80%를 공급한다
.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가 아닌 이우에서 출발한 화물선으로부터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중국 정부 자료인 '이우 지수'에 따르면, 이우에선 트리·조명·화환·스티커 등 2만 개가 넘는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을 100개국 이상에 내다 판다. 크리스마스를 한 해의 가장 중요한 휴일로 여기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은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이우시장의 크리스마스 상품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이날 이우시장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제품 상인들은 입을 모아
"미국 고객이 거의 없다"고 했다.
2대째 크리스마스 미러볼을 만들어 파는 주모씨는 "통상 매년 4월이면 크리스마스 제품 샘플을 살펴보고 발주를 넣기 위해 전 세계 수입상이 몰려들지만, 올해 미국인은 자취를 감췄다"며 "
관세 발효 후 미국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19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이우시장에서 한 외국인 바이어가 현지 통역, 코디네이터들과 함께 가짜 꽃 거래를 위해 상의하고 있다. 이우=이혜미 특파원


'미국만 빼고' 그럭저럭 굴러가는 최대 도매시장

행인들이 19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이우시장의 완구 코너를 지나가고 있다. 이우=이혜미 특파원


실제로 19, 20일 둘러본 이우시장에선 영어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완구, 문구, 스포츠 용품, 화장품, 전자기기 등을 판매하는 구역마다 외국인 수입상들이 한두 명의 통역사와 현지 코디네이터를 대동해 제품 발굴에 열중해 있었다. 아랍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는 물론 아프리카의 소수 언어까지 귀에 들렸지만
영어를 쓰는 미국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우에서 15년 동안 택시를 몬 천모씨는
"요즘 이우에서 미국인들이 나간 자리를 중동 사람들이 메우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미 수출 급감으로 이우시장 풍경이 울상일 거란 예상은 실제와 사뭇 달랐다. 오히려 지구상 대부분 국가가 참여하는
'글로벌 잡화 공급망'에서 미국만 빠져나간 풍경에 가까웠다.
상인들도 "
트럼프 관세 영향이 없을 순 없지만 제한적일 것
"이라 내다봤다.


이우시장을 운영·관리하는 국유기업 저장중국상품성그룹유한공사는 이달 초 중국과 우호 관계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속한 국가들과의 총 교역액이 지난해 18.2% 증가하면서 전체의 61.8%를 차지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이 거대하지만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을 다변화해 왔기에 관세 전쟁을 버텨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는 미국 소비자 몫" 버티는 상인들

미국 장난감 시장의 80%가 중국산 상품인 만큼, 완구는 '트럼프 관세'로 대미 수출 타격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다. 19일 중국 저장성 이우시 이우시장의 한 완구 도매점 앞이 미국 외 다른 나라 사업가들로 붐비고 있다. 이우=이혜미 특파원


트럼프 관세의 영향을 묻자 상인들은 "관세는 미국 소비자가 감당할 몫"이라며 되받아쳤다.
시장 가이드로 일하는 한 남성은 내년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을 거론하며 "경기에 사용되는 공과 국가 유니폼, 응원 도구 등 대부분이 이우에서 만들어지는데, 어디 중국 없이 월드컵을 잘 개최할 수 있는지 보자"고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평소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월드컵 상품 수주가 시작돼야 한다.

트럼프 관세로 타격을 입더라도 '애국주의'로 우선 버티겠다는 결기도 감지된다.
올해로 완구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째인 이모(20)씨는
전체 매출의 20% 수준이었던 미국발 주문이 관세 이후 '0'에 수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완구 시장의 80%가 중국산 제품인 만큼, 완구는 관세 타격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 손실은 감수할 뜻을 내비치며 "중국이 언제까지 미국에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으냐"며 "생산성이 낮은 미국이 얼마나 무역 전쟁을 버틸 수 있을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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