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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와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정책 핵심 관계자가 20일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적어 둔 캐치프레이즈다.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부동산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를 대폭 인상하고, ‘임대차 3법’ 등의 규제책을 구사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무려 28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018년 9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징벌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2020년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을 무려 최고 70%로 높였다. 부동산 거래 자체를 틀어막는 기록적인 ‘세금폭탄’이었다.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패착은 2022년 대선에서 공격의 빌미가 됐고, 이재명 후보는 0.73% 포인트 차로 패했다. 이번 대선에 나서는 이 후보 측에서 “부동산 정책만큼은 확실히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이유다. 3년전 이 후보는 전국적으로 약 24만7000표 격차로 졌는데, 서울에서만 31만1000표가량 뒤졌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친명계 의원은 “사실상 종부세 피해를 본 인원만큼 표가 모자랐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모습. 이들은 모두 최근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대선을 준비 중인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건 상속세 완화 기조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상속세 일괄 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지난달엔 이 후보가 직접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면제를 동의할 테니, 초부자 감세 같은 조건을 붙이지 말고 상속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했다.

친명계 일각에선 상속세 외 부동산 세제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2022년 대선에 대해 “당시 ‘1주택 종부세 폐기’ 같은 차별화 공약을 추진하려다, 당내 단합을 위해 머뭇거린 게 수도권 대패로 돌아왔다”며 “이번엔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징벌적 과세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당시 내건 ‘국토보유세 도입을 통한 기본소득 재원 조달’ 공약도 실책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 “표도 떨어지고 별로 도움이 안 됐다”고 회고했다.

다만 당장 이 후보가 전면적인 ‘부동산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폭등 문제를 상기시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대신 이 후보 캠프는 수도권에서 해제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중심으로 공공분양주택을 확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주택=임대주택’이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적금을 납입하듯 주택 지분을 차곡차곡 늘려 20~30년 뒤 내 집으로 만드는 ‘적금 주택’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확 낮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식이 거론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배 방식도 문재인 정부와 차별점을 둔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란 기치로 최저임금을 대폭 상향하거나,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 증세’를 통한 분배 방식을 택했다면, 이 후보는 ‘성장을 통한 이윤 공유형 분배’를 핵심으로 내걸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직접 언급했던 ‘K-엔비디아’ 구상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3월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인공지능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중의 일부를 국민 펀드나 국가가 가지고 있으면서, 생산성의 일부를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눠 가지면 굳이 세금을 많이 안 거둬도 되지 않나”라며 “K-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육성해 국민 지분이 30% 정도 되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선(先) 성장, 후(後) 이익 공유’로 분배하겠다는 구상이다.

캠프 일각에서 거론되는 ‘에너지 기본소득’ 역시 비슷하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출자해 마련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주민들끼리 나눠 갖는 ‘경기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마을’ 같은 사례를 전국 곳곳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단계에 있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월성 1호기 등 조기 폐쇄를 단행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폐기 수순을 밟는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엔 가동 중인 원전을 설계 수명까지만 운영하는 ‘감(減)원전’ 정책으로 한발 물러서는 데 그쳤으나, 이번엔 사용 연한이 다 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계속 운전’하는 방안을 열어놓고 있다. 2월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원전 2기 신설 방안 역시 그대로 건설한단 방침이다. 캠프 관계자는 “원전을 줄이는 것보다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면서도 “에너지 공백을 메우려면 안정성 요건을 통과한 원전에 한한 수명 연장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유종일 성장과 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행보는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포럼 출범식 때 띄운 홍보영상에서도 포착됐다. 이 영상에선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평화 통일의 나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의로운 나라”란 문구로 차례대로 소개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 소개는 누락한 채 바로 “성장과 통합의 나라로”란 문구로 이 후보를 소개했다. 포럼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 모습을 의도적으로 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념에 편중됐던 문재인 정부 실정을 반면교사 삼겠단 방침은 내부적으로 명확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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