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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군기지 주변의 갈수록 썰렁한 분위기
핵심 전력의 차출과 일방적 방위비 인상 압박
여야 합심, 자강불식의 강력한 카드 필요


지난 3월 10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지대공 유도 미사일 패트리엇(PAC-3)이 배치되어 있다.이날은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습이 시작된 날이다. 뉴시스


요즘 경기 평택과 오산 주한미군 기지 주변 상가들은 울상이다. 미군과 군무원들이 저녁이나 주말에 외출을 해야 장사가 되는데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두문불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 예산 삭감과 맞물려 장병들은 외출 외박을 삼가며 영내에 대기 중이다. 프린스턴대 ROTC 출신 예비역 소령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장성 수 축소, 동성애와 같은 다양성 금지 등 군 개혁 여파로 평택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캠프 험프리스 평택 기지 주변 상인들은 언제부터인지 분명치 않지만 주한미군 수가 줄었다고 호소한다. 통상 주한미군은 1, 2년간 근무하고 여타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근무 연한이 안 된 미군들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고 의아스러운 표정이다. 2만8,500여 명의 주한미군 정원은 지난해 11월 미 의회에서 국방수권법으로 통과되었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으로의 임시 차출 병력도 포함되는지 여부는 미군 기밀이다. 자주 찾던 미군이 보이지 않다보니 상인들이 착시 현상을 일으켰는지도 알 수 없다.

지난 3월 초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10여 개 패트리엇(PAC-2, PAC-3) 포대 가운데 2개를 중동으로 차출하는 계획을 우리 군에 요청해왔다. 국방부는 보완 혹은 대체 전력을 증강하는 조건으로 '일시적 순환 배치'를 수용했다. 이 패트리엇 전력은 고도 15~40㎞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 방어체계다. 고도 40~150㎞를 방어하는 사드와 함께 핵심 방공망이다.

주한 미군 전력의 해외 차출은 과거와는 다른 국제정치적 함의를 내포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년에는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 헬기 1개 대대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하는 대신 미 본토의 각종 전투기를 순환 배치하여 공백을 최소화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하의 한미동맹은 최고 수준이라 해외 차출은 순수한 군사 작전 차원으로만 평가됐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린 민감한 시기의 해외 차출은 무게가 다르다.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라는 '엑소더스'의 시작이 아닌가 우려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3월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방어 전략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동맹국에 북한 등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대부분 맡기기 위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다.

이 전략 지침에 따라 동맹국의 방위비 압박 수단으로 주한 미군 해외 차출이 빈번해지고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방위비 10억 달러에서 10배 인상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붙박이로 묶어둘 의지가 약하다. 돈을 지불하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1기에서 주장한 미군 철수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일본에도 주일미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3년 10월 워싱턴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한마디 했다. "자손만대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약을 지키려는 후손들의 합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국제관계에서 당연하고 영원한 일은 없다. 불가사의하게 72년간 한미동맹이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허약함은 침략을 부른다'는 명제를 새기고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 자강불식의 강력한 카드만이 트럼프의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첨단기술과 일치된 국론으로 무장한 강한 국력이 한미동맹을 지속시키는 첩경이 될 것이다. 여야가 합심하여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방위비 폭탄에 대응하는 우리의 카드를 다듬어야 한다. 평택의 험프리스 푸드 코트에서 주문하는 햄버거 영수증에 미 캘리포니아 주소가 인쇄되는 것은 한반도 안보에 상당한 함의가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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