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김동일 예산실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올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힘겨루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당은 추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추경 규모와 지역화폐 발행 지원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추경안에 대해 내수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해 턱없이 부족한 ‘찔끔 추경’이라고 비판하면서 국회에서 반드시 증액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추경 규모를 당초 10조 원에서 2조 원 넘게 늘린 만큼 추가적인 대폭 증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6·3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초 제시한 35조 원의 대규모 추경안 편성 요구를 접었지만 표를 얻기 위한 현금 지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지역화폐 발행에 대한 집착은 접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역화폐 발행이야말로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 할인 지원 예산을 편성하자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의 경기 부양 효과가 작고,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지역화폐가 학원 등 고액 사용처에 집중되면서 정작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추경의 규모가 아니라 집행 속도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추경 규모와 내용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해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1분기에 소폭의 마이너스 경제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에 이어 네 분기째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 빨리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게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국가채무’가 900조 원가량으로 늘어난 재정 형편도 깊이 살펴야 한다. 추경은 신성장 동력 육성, 취약계층 핀셋 지원, 산불 재해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적정 규모로 조속히 편성하되 지역화폐 등 선심성 현금 지원은 접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