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져 입시 현장 혼란 가중
고무줄처럼 왔다갔다 하는 의대 모집인원 때문에 입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입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의대는 다른 학과 입시 결과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의대로 최상위권이 빠져나가면서 다른 이공계 진학이 수월해지는 ‘도미노 현상’을 내심 기대했던 고3 수험생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의대발 혼란은 의대 지원자들에게만 국한하는 게 아니었다.
20일 입시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입시학원에서 만난 이모(19)군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재수를 택했다고 했다. 이군에게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원점으로 되돌린 정부 발표는 ‘청천벽력’이었다고 했다. 이군은 “멀리 바라보고 시간을 투자한 건데 정책을 번복하니 혼란스럽다. 작년보다 ‘등급 컷’도 더 올라갈 테니 코피 나도록 열심히 하는 수밖에 있겠느냐”면서 허탈해 했다.
또 다른 의대 지망생인 한모(18)군은 “어차피 의대에 가려면 성적이 월등히 높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왜 하필 내가 수험생일 때 이렇게 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새 학년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가 돌연 결정을 번복한 것도 불만이었다. 한군은 “원서를 넣을 때 의대뿐 아니라 성적에 맞춰 다른 전공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이렇게 계속 변동이 생기면 수험생 입장에선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전공 지원자들도 불안해했다. 공대를 지원한다는 도모(18)군은 “증원된 인원만큼 의대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다시 공대로 몰리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모(18)군은 “증원이 무산되면서 의대보다 커트라인이 밑에 있는 계열로 진학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뭔가 받았다가 다시 빼앗긴 느낌”이라고 했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입시의 경우 최상위권 경쟁자의 규모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대 모집인원 축소로 최상위권 n수생 유입이 줄어들 수 있어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n수생이 시험을 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입시 학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학원에선 입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에 대입 컨설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A입시학원 관계자는 “얼마 전 입시설명회까지는 정부가 증원한다는 수준만큼 기존보다 많은 학생이 의대를 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며 “이제부터는 의대만 고집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설명회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