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 개봉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윤여정(78)이 할리우드 신작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을 계기로 해외 매체와 인터뷰하며 자신의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19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와 피플 등에 따르면 윤여정은 자신이 <결혼 피로연>에 출연한 계기를 밝히며 “내 큰아들이 동성애자여서 나는 아들과 겪은 경험을 영화에서 공유했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출연한 <결혼 피로연>은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의 1993년 동명 영화를 한국계 미국인 앤드루 안 감독이 리메이크해 미국에서 지난 18일 개봉했다.
영화는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결혼을 다그치는 가족들의 성화에 위장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원작은 대만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으나 리메이크작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으로 바뀌었다. 윤여정은 극 중에서 동성애자인 한국계 남자 주인공 ‘민’의 할머니인 ‘자영’을 연기했다.
윤여정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내 개인적인 삶은 이 영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됐다”며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국가라서 사람들은 대중에게도, 자신의 부모에게도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윤여정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도 큰아들에 대해 언급하며 “이 영화에서 내가 손자에게 말하는 대사인 ‘(네가 누구이든) 너는 내 손자야’라는 말은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내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고, (미국)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했을 때 거기서 그의 결혼식을 열었다”며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밀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갔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지금은 아들보다 사위(아들의 배우자)를 더 좋아한다”고 농담하면서도 “동성애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국에서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돌아갔을 때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나에게 책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피플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이 마음의 문을 열기를 바란다”면서도 실제 한국인들이 영화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모르겠다. 여전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1975년 가수 조영남과 미국에서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조영남과는 1987년 이혼한 뒤 홀로 두 아들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