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가 출마 고려하냐고 묻자 “노 코멘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공관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와 관련한 외신기자의 물음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의 이 발언은 20일 공개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가 대선 출마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사그라들던 ‘한덕수 차출론’의 불씨를 한 권한대행 스스로 되살리고 나선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망상”이라며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당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은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날 누리집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not yet made a decision)고 했다. 출마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물음엔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했다. ‘선출되지 않은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두고선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한 권한대행은 ‘차출설’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언급하며 “마지막 소명”이라고 했지만 거취 논란의 핵인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끝내 언급을 피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무소속 출마 후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라는 시나리오까지 돌았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인터뷰 발언을 두고 “도 넘은 자기 장사”라며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서도 대권 도전의 망상에 빠져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이 관세 문제 등을 해결하다고 하고 이를 카드 삼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은 대행 정부의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다만 탄핵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거대 정당으로부터 탄압받는 그림을 연출해줘 공직 사퇴와 대선 출마 명분을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반응이 엇갈렸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1차 경선 조별 토론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흥미를 자아내니까 나쁜 뉴스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나경원 후보는 “아쉽다. 당당한 처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