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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사 모은 뒤 5명에게 투약 범행
참혹한 범행 저지르고 지체 없이 도주
전문가 "가족애는 핑계, 계획범죄" 무게
경찰, 프로파일러 투입해 동기 파악 중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가장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17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이 경찰에 진술한 범행 동기를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업실패로 진 빚을 가족에게 떠넘기기 싫어서 그랬다”며 마치 힘들어할 가족들을 위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범인 주장과 달리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서다. 전문가들도 삐뚤어진 가족 사랑에 기인한 범행으로 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된 A씨는 지난 14일 밤 수면제를 먹고 잠든 가족들을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도 범행 방법을 시인했다.

경찰은 A씨가 수일에 걸쳐 미리 수면제를 사 모은 뒤 범행 당일 준비한 수면제를 식음료에 타 가족들에게 먹여 차례로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5명에게 들키지 않고 약을 먹이기 위해 투약방법도 미리 계획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알약 형태의 수면제는 눈에 잘 띄어 상대방에게 몰래 먹이기 힘들다"며 "미리 잘게 부수어 음료에 탔다는 건 우발적이 아닌 계획 범행”이라고 말했다.

A씨가 참혹한 범행 후 지체 없이 현장을 떠난 것도 계획 범죄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그는 범행 직후인 15일 새벽 1시쯤 승용차에 올라타 자신의 또 다른 거주지인 광주광역시 소재 오피스텔로 달아났다. 자살 시도로 의식이 없던 그는 해당 오피스텔에서 같은 날 오전 10시쯤 경찰에 붙잡혔다. 시간대로 볼 때 이동방법과 경로 등을 사전에 계획해 망설임 없이 도주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면제를 사용하고 범행 후 도주 방식으로 볼 때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치 가족애를 범행 동기인 양 진술한 것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분양 사업을 하던 중 ‘사기 분양’으로 피소돼 지게 된 엄청난 채무를 가족들이 떠안게 할 수는 없어 그랬다”는 그의 진술 신빙성에도 의문이다. 민법상 채무자가 사망할 시 법정 상속인인 고인의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채무는 승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석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민법에 따라 부모 상속포기권 권리가 존재함에 따라, 내가 진 채무를 자녀가 떠안게 되는 게 두려웠다는 범행 동기는 설득력이 없다”며 “더구나 자녀가 있어 채무 승계 대상 자체가 안되는 노부모까지 살해한 것은 논리상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경찰은 A씨가 밝힌 범행동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보고 과학수사과 소속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 중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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