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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 발발 250주년 맞아
미국 전역 700곳서 반트럼프 시위
주최 측, 최대 1100만명 참가 예상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시민 1,000여 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 여성 참가자의 손에 '수치'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위치한 유니언스퀘어. 광장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시위자들 사이로 앳되어 보이는 얼굴의 여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파시즘을 거부하라'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인 케나(19)였다.

이번 시위 주최 측 중 한 명인 그는 "이 근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2학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
지금은 법학 전공생으로 살기에 쉽지 않은 시기다. 지금 대통령은 적법 절차도, 대법원도 무시하고 있다
"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원의 이민자 강제 추방 중단 결정 등을 따르지 않고 있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는 우리가 가진 권리(집회의 자유)를 유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당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바란다"고 외쳤다. 귀가 먹먹해질 만큼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시민 1,000여 명이 시위 주최자 케나의 구호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곧이어 다른 주최 측 인사가 나와 행진 시 주의사항을 알렸다. 그는 △가급적 마스크를 쓰고 △반드시 무리 지어 움직이며 △경찰이 말을 걸어오면 절대 대꾸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우리가 흩어질 때 체포를 시도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리고 다소 비장하게 덧붙였다. "누군가 힘들어서 뒤처진다면 '속도를 늦춰 달라'고 앞으로 전달해 주세요. 우리는 다 함께 갑니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시민 1,000여 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반트럼프 맞서는 열쇳말은 '연대'



시위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인근의 차이나타운이었다. 중국산 제품을 파는 식료품점, 약국, 중국 음식점 등이 밀집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다. "트럼프의 분열에 맞서 연대를 표하기 위한 취지"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주말을 맞아 다 함께 나온 대학생부터 백발의 노인,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나온 젊은 커플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트럼프는 집으로", "손을 떼라"를 복창하며 걸었다.
손에는 '수치', '왕은 없다', '파시즘을 거부한다' 등이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문구들이다. 샌프란시스코 위성도시 데일리시티에 사는 에일린 소언은 '
탄핵하고 제거하라
'라고 적힌 팻말을 갖고 나왔다. 그는 "한 사람 때문에 가장 안전해야 할 내 나라가 가장 위험한 나라가 되고 있다"며 "파시스트 정권을 당장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에 참가한 에일린 소언이 자신이 직접 만든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탄핵하고 제거하라'라고 적혀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번 행진 시위는 전국 50개 주 70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반(反)트럼프 시위 중 하나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2,000명 이상이 참여한 시위가 곳곳에서 종일 이어졌다.

트럼프 2기 시작 이후 전국 단위 반트럼프 시위는 이날이 벌써 네 번째다. 미국이 영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독립전쟁 발발(1775년 4월 19일) 250주년에 맞춰 기획됐다. 워싱턴포스트는 "
주최 측은 미국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1,100만 명이 이날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
했다"며 "이는 미국 전역에서 약 1,200건이 벌어진 2주 전 시위의 참가자 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시민 1,000여 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법원 무시 전횡에 고조된 시위 열기



반트럼프 시위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는 연방정부 일자리 삭감,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성소수자 권리 축소, 친환경 정책 후퇴, 관세 전쟁 등 트럼프식 국정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갖췄는데도 지난달 엘살바도르로 잘못 추방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지난 10일 대법원 명령을 트럼프 정부가 거부하면서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우리는 모두 킬마르다', '다음엔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등이 적힌 팻말들이 눈에 띄었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에서 한 시민이 성조기를 들고 있다. 그의 뒤편에는 한 참가자가 '우리 모두 킬마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영국 BBC는 "미국 내 정치 시위 확산은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짚었다. 지난 16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42%
에 그쳤다. 트럼프 1기 같은 시기에 기록한 지지율보다 더 낮은 수치로, 최근 집권한 미국 대통령들 중에서도 취임 초반 지지율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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