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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3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그리고 꼭 1년 뒤인 2026년 6월 3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모든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지만, 소중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기가 어려운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인데요.

장애인들은 선거 공약을 살펴보고 투표를 하기까지, 많은 난관에 부딪힙니다. 장애인의 참정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오늘(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유권자들을 만나 그 실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공약집도 토론도 장애인을 위한 정보 접근성 낮아"

KBS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정현우 씨.

발달장애인 정현우 씨는 선거 때마다 투표소에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후보를 정해서 투표장에 가도 글자가 빼곡한 투표용지를 보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립니다.

글은 읽을 수 있지만 어려운 단어나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정 씨에게 각종 한자어나 외래어가 많은 선거 공보물도 난관입니다. 뜻을 쉽게 파악하지 못해, 공약을 유심히 보려고 해도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정 씨는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내가 좀 더 편해질 수 있는 세상이 올지 알고 싶은데, 그 정보를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투표 용지에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서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면,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적극적으로 투표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KBS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금숙 씨.

청각·언어장애가 있는 이금숙 씨도 후보자들의 공약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후보자들의 선거 공보물과 관련 유튜브 영상에 수어 통역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라디오도 들을 수 없는 이 씨에게 후보자들의 공약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TV입니다. 후보자 TV 토론회 같은 선거 방송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만, 여러 후보를 한 명이 계속 통역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씨는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이 말을 빨리 해 통역도 빠르게 이뤄진다"고 지적합니다. 또 "농인들 입장에서는 통역사가 한 명이면, 연이어 말하는 후보자 가운데 누구의 얘기를 통역하고 있는 건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 갈 길 먼 장애인 참정권 보장… "장애인 선거 돕는 대책 마련해야"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발달장애인들.

선거철마다 장애인들의 참정권을 온전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법원도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판결을 내놨는데요.

법원은 지난해 12월, 발달장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발달장애인에게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후보자의 사진 등을 이용한 '투표 보조 용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연관 기사] 고법 “발달장애인 투표 쉽게 보조 용구 제공해야” (2024.12.1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33501

해당 판결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부터 투표 보조 용구가 도입될 수 있었지만,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상고해 도입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법 개정 등 법률적인 근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갈 길이 멉니다. 발달장애인에게 투표 보조 허용,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의무화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2대 국회에 13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법이 따로 제정됐지만 한국은 임의 조항에 그친다"고 말했습니다. 또,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선거철이 다가와서야 장애인 참정권이 화두에 오르다 보니 개정이 늦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63만여 명에 달합니다. 장애인 유권자들은 모두가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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