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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전 검사로 FC-BGA의 양품 여부를 결정짓는 자동 광학 검사(AOI) 과정에 투입된 로봇. LG이노텍 제공


지난 17일 오전 경북 구미에 있는 LG이노텍 ‘드림 팩토리’. 장갑 두 겹, 마스크, 위생모에 방진복까지 착용한 끝에 들어선 이곳은 회사가 신사업으로 키우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의 생산 거점이다. 축구장 면적의 3배(총 2만6000㎡)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이지만 사람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생산설비 사이로 제품을 옮기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건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이 공간을 인공지능(AI)·딥러닝·로봇·디지털트윈 등 최신 정보기술(IT) 기술을 총집결한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했다. 기존 공장 대비 50% 수준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FC-BGA는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기판으로, PC·서버·통신·전장 분야에 폭넓게 쓰인다. AI 산업 성장과 함께 수요가 늘고 있다. 큰 판(패널) 위에 전류가 흐르는 구리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분자 화합물을 층층이 쌓는 ‘빌드업’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층마다 회로를 형성하고, 층과 층을 연결하는 미세한 구멍을 뚫는 등 정교한 공정을 거쳐 패널 하나에서 여러 개의 제품이 나온다.

눈썹과 침방울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이물질도 품질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이 제품에 접촉하는 일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작업자를 최소화한 공장을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동화를 통해 불량 요인을 줄이면 수율(생산량 중 양품 비율)을 개선할 수 있고,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FC-BGA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나르는 로봇. LG이노텍 제공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FC-BGA는 다른 기판들과는 다르게 평균 수율이 90%, 난이도가 높은 것들은 50% 정도”라며 “드림 팩토리를 통해 수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면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기판 수율은 95% 이상이지만 FC-BGA는 기술 난도가 더 높아 수율 확보가 까다롭다고 한다.

실시간 납기 일정에 따라 자동으로 생산 지시가 내려지면 자율주행 로봇이 원자재를 공정설비로 옮긴다. 설비가 원자재에 붙은 바코드를 자동으로 인식하면 제품에 맞는 작업 조건이 자동으로 설정돼 가공에 들어간다. 공정이 끝난 제품을 다시 자동화 창고 설비에 적재하는 일도 로봇의 몫이다. 패널에 붙어 있는 보호용 필름을 벗겨내는 작업 역시 로봇이 맡는다. 패널 상단 양쪽에 테이프를 붙여 깔끔하게 떼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하던 일이었다.

LG이노텍 ‘FC-BGA’. LG이노텍 제공


이곳에선 하루에만 20만 개 이상의 파일과 100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가 쌓인다. 빅테이터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AI를 불량 예측 및 검사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로봇이 생산을 끝낸 제품을 검사대로 옮기면 AI가 육안으로는 잡아내기 힘든 미세한 불량영역을 30초 안에 감지한다. 내년까지 품질 이상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공정 지능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무인화 수준으로 공장을 고도화해나갈 방침이다.

LG이노텍은 FC-BGA 시장의 후발주자다.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선 삼성전기가 LG이노텍보다 앞서있다. LG이노텍은 기존 기판사업으로 쌓은 기술력과 고객사 네트워크, 드림 팩토리를 앞세워 2030년까지 조 단위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 부사장은 “2~3년 내 일본 선도기업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을 위한 PC용 FC-BGA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올해 PC CPU용 시장 진입을 노리고 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서버용 시장에 진출해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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