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교도소 직원 사칭, 물품 유통 위한 선불금 요구도
국민일보DB
“한미연합군사령부 대위 김민우입니다. 초밥 90인분 준비해주세요.”
광주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이 같은 주문 전화를 받았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신원 미상 남성은 굵직한 목소리로 자신을 한미연합군사령부 소속 대위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대원과 가게로 가겠다면서 구체적인 방문 일시를 전했다.
대량 주문이기에 혹여나 방문 예약을 한 뒤 별다른 이유 없이 잠적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아닐까 하는 미심쩍은 생각도 들었지만, 공무원증으로 자신의 신원을 밝힌 남성을 믿기로 하고 예약을 받았다.
A씨는 170여만원 상당 음식을 준비했지만, 예약 시간이 다 되도록 남성과 부대원들은 오지 않았다.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부대에 사정이 생겨 방문하지 못할 것 같다”는 핑계와 함께 대신 자신이 소개해주는 경기도 소재 유통업체를 이용해 음식을 보내달라는 황당한 요구가 돌아왔다.
유통업체를 이용하려면 수십만원 상당의 배송료를 내야 하는데 음식을 받으면 음식값과 함께 지불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제야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A씨는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고, 자신이 최근 성행하는 군부대 등 사칭 ‘노쇼’ 사건의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됐다.
광주경찰청에 접수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지난 1월 1건에 불과했는데 2월 4건, 3월 2건에 이어 지난 18일 기준 21건까지 늘어나 총 28건이 접수됐다. 경찰이 주문 예약한 번호를 확인해보니 대포폰인 것으로 추정되며, 경기도 소재 유통업체 또한 실재하지 않은 유령업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자영업자 일부는 공통으로 ‘대위 김민우’라는 사칭범의 주문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지역 일선 경찰서에는 군인이 아니라 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동일 수법의 피해 신고도 들어왔다.
집중수사관서로 지정된 광주 서부경찰서 윤재상 수사과장은 “단순한 노쇼 사기가 아니라 유통업체를 끼어 돈을 갈취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라며 “대량 주문 예약을 받기 전에는 주문 금액 일부를 선불금으로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