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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슈슈통 원피스를 입은 제니 / 제니 인스타그램 @jennierubyjane


“당연히 샤넬인 줄 알았는데 중국 브랜드였다.”

2023년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등장하자 전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영국 보그는 제니의 스타일을 “무대를 넘어 글로벌 런웨이까지 사로잡는 감각”이라고 평가하며 제니의 베스트 룩을 선정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제니가 입은 드레스가 샤넬이 아니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고급스러운 소재에 우아한 라인, 블랙과 화이트의 단정한 조화가 샤넬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제니가 샤넬 앰배서더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만큼 ‘칸 드레스’는 당연히 샤넬일 줄 알았는데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 ‘슈슈통(Shushu/Tong)’의 작품이었다.

슈슈통 2023 FW 컬렉션 / 슈슈통 인스타그램 @shushu__tong


슈슈통은 2015년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을 졸업한 류슈 레이(Lei Liushu)와 위통 장(Jiang Yutong) 디자이너 듀오가 상하이에서 설립한 브랜드다. 중국 내 50여 개 매장과 전 세계 20여 개 스톡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K팝 아이돌은 물론 시드니 스위니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즐겨 찾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보그 비즈니스는 슈슈통을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질 차세대 메가브랜드”로 소개했다.

마크공 드레스를 입은 장원영 / 마크공 인스타그램 @markgong_official


또 다른 중국 브랜드 마크 공(Mark Gong)도 인기다. 마크 공은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뒤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21세의 나이로 뉴욕 패션위크에 데뷔하며 ‘최연소 뉴욕 패션위크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절제된 실루엣과 젠더리스 감성, 세련된 색감이 그의 시그니처다. 최근에는 아이브 장원영이 마크 공의 드레스를 입고 불가리 행사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유한 왕 2024 FW 컬렉션 / 유한 왕 인스타그램 @yuhanwangyuhan


유한 왕(Yuhan Wang) 역시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디자이너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한 뒤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했고 2020년 런던 패션위크에 공식 데뷔했다. 2021년에는 포브스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법조인 언니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는 2024년 FW에 ‘재판(The Trials)’ 컬렉션을 선보였다. 유한 왕은 “법조계 여성들의 용기를 패션에 담았다”고 밝혔다.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는 유한 왕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메이드 인 차이나’를 넘어 디자인 바이 차이나’로중국 패션산업은 생산 중심의 제조업 이미지가 강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와 같은 저가·패스트패션이 ‘메이드 인 차이나’로 불리는 중국 패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디자인 바이 차이나’라는 말이 생길 만큼 중국 패션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 패션 성장의 배경에는 고급 인재층이 있다. 영국 고등교육통계청(HESA)에 따르면 2021~2022학년도 기준 런던예술대(UAL)에 재학 중인 중국 본토 유학생 수는 5540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1750명)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UAL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 등 6개 단과대학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예술 교육기관이다.

탄탄한 내수 시장도 하이패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패션 전문 매체 BoF와 컨설팅 그룹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명품 시장은 2024년 기준 630억 달러(약 86조원)을 기록했다. 유럽과 미국을 앞지르는 성장세다. 여기에 ‘궈차오’라 불리는 애국 소비 트렌드가 겹쳐졌다. 애국주의 교육과 함께 자란 중국의 MZ세대는 자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자본력과 기술력, 인재가 결합된 중국식 산업 발전 모델이 패션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패션 성장세가 두려울 정도”라며 “처음에는 해외 유명 하이패션 브랜드를 모방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이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브랜드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을 받기까지 수십여 년이 걸렸지만 중국은 자본을 앞세워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수동 찾는 외국인, 상하이 찾는 한국인2030세대에서는 ‘자주 가던 일본’ 대신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약 10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2025년 2월에는 22만7191명이 중국을 방문했다. 전년 동월 대비 59.5% 늘었고 전월보다는 10.8% 증가했다. 같은 시기 일본 방문자 수는 81만5231명으로 중국보다 많았지만 전년 대비 12.9% 감소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쇼핑의 성지로 꼽히는 상하이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상하이시 문화여유국에 따르면 2024년 상하이에서 숙박한 한국인은 44만 명에 달했다. 특히 비자 면제 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한국인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 수 1위를 차지했다.



SNS에서도 상하이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2030세대가 올린 상하이 여행기에는 디즈니랜드, 난징둥루 같은 관광 명소와 함께 쇼핑 코스가 빠지지 않는다. 슈슈통·스위트칠링 등 한국에 매장이 없는 브랜드 스토어를 찾고 ‘나이키 인민광장 001’에서 커스터마이징 운동화를 구매한다. ‘Labelhood’, ‘XC273’ 같은 편집숍 방문기도 인기다. 외국인들이 서울 성수동을 찾듯이 한국의 2030세대는 상하이에서 패션과 취향을 찾고 있다.
소프트파워 경쟁에 가세하는 중국중국은 한때 하드파워 중심의 강국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소프트파워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제시한 개념이다. 하드파워는 군사력과 경제력 등 물리적 영향력을, 소프트파워는 문화·가치·브랜드·서사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사로잡는 힘을 의미한다.

중국의 소프트파워 성장은 수치로 입증된다. 영국 컨설팅그룹 브랜드파이낸스는 100여 개국 17만 명을 설문해 유엔 가입국들의 소프트파워 순위를 조사한다. 2025년 조사 결과 중국은 처음으로 영국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세계가 사랑하는 제품 및 브랜드’ 부문에서는 8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중국 내 영향력이 글로벌 무대로 이동한 것”이라며 “중국 브랜드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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