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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코로나, 폭싹 꺼졌수다]
코로나19때 반짝 인기
사라진 밀키트·수제맥주

고급 레스토랑 대신 가성비 뷔페로 발길
[비즈니스 포커스]

한때 대형마트 냉장고 칸을 가득 채웠던 밀키트. 사진=한국경제신문


“식품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초 기자가 ‘밀키트’에 대한 취재를 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던 전망이다. 당시엔 ‘밀키트 열풍’이 거세게 불던 시기였다. 마트에는 하루가 멀게 새로운 밀키트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대기업이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사업에 뛰어들었고 밀키트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신생기업들도 여럿 생겼다. 식품기업들에 밀키트는 ‘기회의 땅’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후 약 3년이 지난 현재 밀키트 시장의 분위기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던 수많은 종류의 밀키트가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대기업들은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밀키트를 아이템 삼아 설립된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혜를 입으며 코로나19 시절 돌풍을 일으켰던 식음료 제품의 인기가 최근 들어 빠르게 식고 있다.

일상이 회복되면서 팬데믹이 야기했던 ‘집밥’, ‘혼밥’, ‘혼술’과 같은 식음료 시장의 트렌드가 완전히 저문 것이 원인이다.

해당 트렌드에 맞춰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은 판매 부진을 겪으며 시장도 고사 직전에 빠졌다. 밀키트, 수제맥주, 와인 등이 대표 격이다.
식품업계 블루오션이었는데…
“밀키트의 인기가 이렇게 빠르게 식을 줄 몰랐다.”

한 대형마트 관계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우리 마트 매대엔 수많은 밀키트가 진열돼 있었는데 현재 판매 중인 밀키트 수는 과거와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렸을 때 밀키트의 인기는 뜨거웠다. 외식을 꺼리고 건강한 ‘집밥’이 대세가 된 것이 배경이다. 신선한 음식 재료와 다 만들어진 소스를 ‘키트’에 담아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밀키트는 식음료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았다.




다양한 음식 재료를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합리적인 가격, 여기에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이들의 비법까지 담은 레시피를 곁들인 밀키트 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2018년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밀키트 시장 규모는 코로나19를 거치며 2021년 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불과 3년 만에 10배나 시장이 커진 것이다.

전망도 밝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밀키트의 맛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계속 찾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2025년 밀키트 시장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2025년 현재 밀키트 시장의 규모는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업계 추산으로 약 3000억원대 규모를 형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등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은 사업에서 빠졌다. 프레시지처럼 밀키트를 주력으로 판매하며 고성장했던 기업들은 지난해 매출이 크게 줄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을 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

침체의 원인은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등의 흥행으로 다시 ‘맛집 열풍’이 분 것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시 식당으로 이동하며 자연히 밀키트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고물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채소 등의 가격이 급등하며 밀키트의 가격도 크게 뛰었다. 이렇다 보니 신선도와 맛은 떨어지더라도 저렴하고 취식이 용이한 완제품 형태의 가정간편식(HMR)으로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다는 게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코로나19 당시 밀키트와 더불어 촉망받는 시장이었던 수제맥주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냉장고에 가득했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수제맥주는 손에 꼽을 정도의 제품만이 남았다.

대세는 ‘가성비’‘차갑게 식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소비자들은 더 이상 수제맥주에 열광하지 않는다. 이 또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수제맥주는 코로나 시기 집에서 나 홀로 즐기는 ‘홈술’의 유행으로 맥주 시장의 ‘변방’에서 ‘주류’로 떠올랐다. 라거 맥주에 길들었던 한국 소비자들에겐 수제맥주는 신세계였다.

값은 조금 비싸지만 독특한 맛과 향을 음미하며 혼자 즐기기 좋다는 강점이 부각되며 불티나게 팔렸다. 2014년 160억원에 불과했던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팬데믹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1년 2000억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CU편의점에서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협업해 만든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 판매량이 기존 제품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장의 무게추가 수제맥주로 급격히 기울면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들도 더 이상 수제맥주의 인기를 바라만 볼 수 없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며 이를 생산해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제맥주를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수많은 수제맥주 업체들이 결국 문을 닫았다. 대기업들도 현재는 더 이상 수제맥주를 만들지 않고 있다.

‘홈술’ 트렌드로 수제맥주와 함께 부상한 와인도 기세가 크게 꺾였다. 매년 증가하던 와인 수입량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와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와인앤모어를 운영하는 신세계엘앤비 역시 와인 열풍에 2022년 2064억원의 매출과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806억원, 7억원으로 급감했다.




주류 업계에선 수제맥주와 와인 모두 비슷한 이유로 인기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 시절엔 외출이 어려웠고 지인들을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다 보니 술 한잔을 마시더라도 아낌없이 돈을 쓰는 성향이 나타났다.

그래서 ‘욜로(YOLO·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며 생활)’가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소주나 맥주에 비해 비싼 와인과 수제맥주가 잘 팔린 이유다.

그러나 엔데믹이 오고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며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싼 와인과 수제맥주 대신 다시 상대적으로 싼 소주와 맥주로 주류시장의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 끼에 20만원을 웃도는 오마카세 대신 요즘엔 저렴한 식당이 다시 대세다. 특히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애슐리퀸즈’, ‘자연별곡’ 등 가성비 뷔페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두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는 작년 연매출 4705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애슐리퀸즈의 경우 전국 점포 수가 2년 만에 59개에서 110개로 늘었을 만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때 인기였던 유명 오마카세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 소식이 들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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