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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찢남 조광효의 요리 ③ 매실장아찌 볶음밥·수제비국
조광효 요리사가 만든 수제비국.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지난번(한겨레 2월6일치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에 이어 창업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식당 창업에서 가장 고민되는 게 메뉴 선정입니다. 이름난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벤치마킹하는 이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요리 만화책과 다양한 조리서 등을 열심히 보고 검색도 오래 했지요. ‘수원식단’(중국 청대 시인 원매가 쓴 요리책)이나 ‘중국요리 백과사전’, 요리 만화책 ‘요리천하’ ‘맛의 달인’ 등을 읽었습니다. 중국 요리 위주로 메뉴를 짰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음식을 다룬 책도 봤지요. 책과 검색만으로도 메뉴 구성이 가능하냐고요? 통상 창업하시는 분들이 하는 방법이 있죠. 맛집 리스트를 뽑고 그 식당들을 다 다녀보면서 메뉴나 인테리어 사진을 찍는 일 같은 거 말이죠. 전 하지 못했어요. 시간적 여유도, 자금도 없었기 때문이죠. 검색 도움을 받는 일은 우리 세대에겐 더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조광효 요리사가 만든 매실장아찌 볶음밥.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메뉴를 정하고 난 다음엔 가격을 정했어요. 저는 재료 원가에 ‘곱하기 3’을 했어요. 임대료, 직원 월급, 지속 가능한 영업 등을 고려 사항에 넣었죠. 메뉴를 만들어 시식하면서 구성을 계속 수정·보완해나갔어요. 미끼가 될 만한 ‘좋은 음식’ 한두개를 확실히 만들어 손님들에게 권하고, ‘사이드 메뉴’는 큰 고민 없이 정했습니다. 메뉴판 만드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저 예쁘게 만드는 게 다가 아닙니다. 메뉴판은 식당의 첫인상과 같습니다. 식당의 얼굴인 셈이죠. 손님들은 메뉴판 맨 위부터 아래까지 쭉 읽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매력적인 음식이 뭘까?’ 하는 질문에 답을 찾도록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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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첫장에 인사부터 적었어요. ‘사천요리주점 조광201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로 시작합니다.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썼어요. 화장실이 내부에 있다는 점과 휴대전화 충전, 앞치마, 위생장갑, 고무줄도 준비되어 있다고 적었지요. 만석일 때 한 식탁당 식사 시간을 100분으로 한다는 제 원칙도 넣었어요. ‘조광201’은 오후 6시, 오후 8시 두번 입장이 가능합니다. 오후 6시에 입장하신 손님들은 1시간40분 뒤엔 일어나야 해요. 야박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런 제 원칙을 흔쾌히 지켜주시는 손님이 대부분입니다. 외식 전문가들은 더러 회전율이 수익에 중요하다고 합니다. 회전율을 고려해 만든 원칙은 아닙니다. 손님이 많이 몰리니, 찾아주시는 분 모두 제가 차린 경험을 만끽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원칙입니다. 식당 앞에 길게 서는 줄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조광효 요리사가 만든 매실장아찌 볶음밥.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메뉴판은 크게 7가지로 구획을 나눠 구성했어요. ‘차가운 요리’ ‘튀김 요리’ ‘식사류’ ‘탕 요리’ ‘볶음 요리’ ‘찜 요리’ ‘추가 메뉴’ 등으로요. 각 파트에 해당하는 메뉴들은 이름과 자세한 설명을 함께 소개했어요. 두줄 정도로요. 이런 식입니다. ‘라즈지’는 ‘사천 향신료로 숙성시킨 닭 날개를 향취고추, 산초 등과 함께 조광201 식으로 달콤하게 볶아낸 요리입니다’라고 말이죠. ‘라즈지’는 통상 맵습니다. 달콤한 경우는 드물죠. 이 설명에 ‘달콤’을 넣어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지요. 효과는 있었어요. 대표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지요. 영문 표기도 했어요. 가격은 각 메뉴 이름 옆에 적었어요. 4천~2만7천원입니다. 대부분은 1만원대입니다.

재고 관리도 중요합니다. 구입한 식재료가 남으면 수익에 바로 영향을 미치죠. 저는 식재료를 3일 이상 두지 않아요. 3일 안에 다 씁니다. 보관이 용이한 고기는 일주일에 두번 (고기 구입처로부터) 받아요. 그 고기 메뉴가 잘 팔려서 모자랄 수 있죠. 그래도 추가 구매는 안 해요. ‘잘 팔리니 재료를 더 구매하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재료가 남기 마련입니다. 토요일 영업이 끝나는 동시에 냉장고는 텅 빕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게 해요. 조금이라도 남는 재료는 만두 같은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로 드립니다. 일요일과 월요일 쉬고, 한주가 시작하는 화요일에 새 식재료가 들어오죠.

조광효 요리사가 만든 수제비국. 염서정 스튜디오 어댑터

이렇게 준비해도 어려운 일은 닥치고야 맙니다.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어요. 어려움에 직면했지요. 문을 닫을 순 없는 노릇이었죠. 다른 지역에 있는 식당에서 일하면서 받은 월급 600만~700만원으로 버텼어요. 배달 영업도 적극적으로 했는데 꽤 도움이 됐어요.

창업은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을 거예요. 몇가지 당부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출받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자기 자본으로 시작하길 권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위험이 큰 투자를 했을 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이란 말이 있죠. 제 경험으론 ‘로 리스크, 로 리턴’이 나아요. 급한 마음에 대출부터 알아보면 안 됩니다. 요즘 뭐가 인기다, 그런 식 얘기에 끌려 빨리 차려 이익을 내자는 마음을 갖지 마세요. 한때 거리를 장악하다시피 한 저가맥주 집을 생각해보세요. 요즘 존재감 없습니다. 길게 내다봐야 합니다.

‘조광201’ 메뉴판. 카테고리를 나눠 메뉴마다 설명을 달았다. 박미향 기자

다음으론 실무 경험을 쌓았으면 합니다. 중식당을 열 계획이면 중식당에서 일해보는 거죠. 양식당이나 한식당에서도 일해보세요. 좋은 경험이 됩니다.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하는 분 많겠지만 의외로 간과하는 분이 많아요. 제가 강조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제가 후회하는 점이기도 해요. 실무 경험 없이 시작해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본래 선배들에게 배워야 할 것들인데 홀로 뚫고 나가야 했죠.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문을 연 상태라 돌이킬 순 없었죠.

너무 쉬운 일만 찾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게 쉬운 일은 다른 이에게도 쉽습니다. 후발 주자들이 쉽게 모방합니다. 어느 날 수익이 뚝뚝 떨어지게 되죠. 다시 말씀드리는데, 일단 실력을 쌓고 소액이라도 자기 자본으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꼼꼼히 아이템을 고민하고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브랜딩 계획도 세우세요. 오래 할 수 있는 자기 요리에 집중해 꾸준히 하다 보면 저처럼 행운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이번엔 ‘매실장아찌(우메보시) 볶음밥’과 수제비국을 준비했습니다. 전자는 ‘신중화일미’ 5권에 등장하는 요리고요, 후자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 생활’ 2권에 나옵니다.

조광효 요리사가 만든 매실장아찌 볶음밥 레시피. 성기령 기자

매실장아찌 볶음밥

재료: 달걀 3개, 밥 1공기, 매실장아찌 1알, 소금 4g, 식용유 약간, 손질한 파 조금

1.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넣고, 이미 풀어놓은 달걀을 부어 익힌다. 이때 소금 2g 넣는다. 2. 1에 씨를 뺀 매실장아찌와 밥을 재빠르게 넣는다. 매실장아찌를 잘게 으깨며 밥과 비빈다. 3. 달걀이 밥에 잘 붙으면 소금 간을 한다. 4. 파를 얇게 채 썰어 3에 넣고 마저 볶는다.
조광효 요리사가 만든 수제비국 레시피. 성기령 기자

수제비국

재료: 양갈비 2대, 물 2ℓ, 소금 30g, 비프스톡 10g , 대파 흰 부분 2대, 양파 1개, 마늘 몇개, 무 적당량, 생강 1개, 압력솥, 수제비 반죽

1. 양갈비는 흐르는 물에 핏물을 빼 준비한다. 2. 대파 흰 부분은 가늘게 채 썰어 차가운 물에 담가둔다. 3. 압력솥에 물, 소금, 비프스톡, 양파, 마늘, 무, 생강을 넣어 끓인다. 4. 3에 양갈비를 넣고 익힌다. 중·약불에 20분 익힌 뒤 불을 끄고 10분간 뜸을 들인다. 5. 4에 반죽한 수제비를 먹기 좋게 떼어 넣는다.

수제비 반죽 만들기: 중력분 160g, 감자전분 40g, 소금 1작은술, 뜨거운 물 100㎖로 익반죽을 만든 다음 30분 이상 놔둔 뒤 수제비를 뜬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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