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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황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은행들이 임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장사를 잘해서 좋은 실적을 내면 기업들은 박수를 받습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년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박수보다 따가운 시선입니다.

은행권에서 최근 수십조원대의 호실적이 나오자 ‘이자장사’해서 돈 벌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은행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은행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경제뭔데’에서는 은행들의 실적 고공행진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4년 만에 8조원 껑충…코로나 이후 이어진 ‘실적 고공행진’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연결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지주 10곳은 23조84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전년(21조5246억원)보다 10.8%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죠.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15조1184억원)과 비교하면 8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같은 실적 고공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조88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늘었습니다.

금융권이 높은 실적을 낸 건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안정적인 이자 수익 덕분입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은 59조3000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기였던 2020년(41조2000억원)보다 43.9%가 늘었어요. 같은 기간 WM,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신탁 등에서 나오는 비이자 수익이 7조3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17.8% 감소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결국 이자 덕분인데…‘장사’ 잘한 건 맞을까

비판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이자수익이 은행들이 ‘장사를 잘해서’ 번 돈이냐는거죠.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도 줄었지만,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10년 만기 분할상환방식)는 여전히 4%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산금리’는 늘리고 ‘우대금리’는 줄여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반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어요. 만기 1년 이상~2년 미만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2%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1년 미만 단기 상품 중에서는 연 1%대 예금도 등장했습니다. 예금금리는 빠르게, 대출금리는 느리게 내리면서 예대마진이 더 벌어졌고, 은행의 높은 이자수익으로 이어진 겁니다.

은행들은 억울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초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수요가 늘었고, 이에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이 ‘대출 자제’를 강하게 압박하다보니 대출금리를 내리기 어려웠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1.004%였던 5대 은행 예대금리차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기 시작한 지난 9월부터 반등해 현재는 1.468%까지 올라선 상태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대출금리도 빨리 내려 신규 대출 수요를 끌어오는게 은행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면서도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워낙 강하다보니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출이 급한 수요자들이 은행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자금을 공급한 것도 사실입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은 연체율이 높다보니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달라진 당국, 정치권 기류에…눈치 보는 은행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들어선 금융당국의 입장에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완화가 시중금리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2월24일·김병환 금융위원장)며 대출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새 은행권에서 ‘레이더’를 세우고 있는 건 여야 정치권입니다. 6·3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상생금융’ 압박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기여금을 물리는 ‘횡재세’나 은행 재원으로 ‘상생기금’을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올초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충실히 잘 이행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정책 기구인 ‘성장과통합’에 참여 중인 금융분과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은행권의 수익 증가 폭이 일반 기업 평균보다 훨씬 높지만 사회 환원은 이에 크게 못미친 것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면 횡재세든 아니든 어떤 형식으로든 은행에 사회 공헌 압박이 가해질 것 같다”며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은행권도 여론을 의식해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분기 배당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만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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