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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챗GPT에게 오늘의 운세를 물었다. 그래픽=김세린 기자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 바로 남녀 청춘들의 연예입니다. 프로그램마다 차별점을 갖기 위해 이제는 남매끼리, 전 연인끼리, 50세 이상만 나오는 식으로 출연자들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MZ 점술가들이 나오는 ‘신들린 연애’입니다. 타인의 미래를 예측하는 이들이 자신과 상대의 운명을 점쳐보며 짝을 찾는다는 얼개인데, 운세와 청춘남녀를 엮다 보니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며 지난 2월에 시즌 2까지 나왔습니다. 게다가 출연진들이 뽑은 운명패를 시청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 콘텐트는 190만명 넘게 참여했어요.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운세 앱 '포스텔러' X SBS '신들린 연애' 협업 콘텐트. SBS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MZ세대가 운세나 사주풀이에 관심을 보이는 건 TV 프로에서만은 아닙니다. 이미 하나의 놀이문화가 됐어요. 용하다는 철학관을 직접 찾아가고, 앱을 넘어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통해 하루를 점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요. 하루의 끝이자 운세가 바뀌는 자정이 되면 운세 앱 트래픽이 폭주하기도 한대요. 점성술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심리적 위안을 주는 소비문화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비크닉은 2030이 열광하는 운세·사주풀이 트렌드에 대해 살펴봤어요.

오프라인 넘어 앱·AI까지…‘주머니 속 도사’ 찾는 MZ
포스텔러 앱 내 '실시간 인기 운세' 등 서비스 화면. 포스텔러

지난 10일 비크닉이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에 의뢰해 만 19~3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74%가 운세·사주풀이를 즐긴다고 답했어요. 또 이 중 42.6%는 모바일 운세 플랫폼을, 25.2%는 철학관·사주 카페 등 오프라인을 찾는다고 했죠. 실제로 젊은이들은 점점 더 미래를 점치는데 지갑을 열고 있어요. 신한카드가 고객의 지난해 1~9월 오프라인 철학관과 운세 관련 가맹점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이용자 수는 5.4%, 이용금액은 13%, 이용 건수는 4.9% 늘어났는데, 2030의 이용 건수가 각각 6.1%·9.9% 치솟았어요.

운세 관련 앱은 직관적이고 간편한 사용자 환경(UI)·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이 환호해요. ‘점신’ ‘포스텔러’ ‘천명’ ‘헬로우봇’ 등이 인기인데, 앱마다 ‘소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내세운 점이 잘 통했죠. 간단한 질문을 던지면, 몇 번의 터치로 카드가 뽑혀 운세를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개인의 생년월일을 바탕으로 사주를 분석해 주며 매일 새로운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누적 가입자 900만명을 보유한 포스텔러도 올해 1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42만명으로 전년 대비 35%나 뛰었대요. 무·유료 운세 풀이 소비량은 각각 5억건·1200만건에 달하는데, 이 중 1건당 3000원~2만원을 내야 하는 월간 유료 콘텐트 소비량은 20만건을 차지합니다. 특히 2030 이용자 비율이 85%나 되는데, 점성술, 타로 전문가를 비롯한 유명 MZ 유튜버를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타로 관련 유튜브 인기 영상 콘텐트. 유튜브 캡처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앱뿐만이 아닙니다. 1:1 출장 타로·사주 서비스, ARS 전화 사주 등 ‘초개인화·맞춤화’ 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기도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운세 보는 법·타로 카드 읽기·사주 분석 방법 등 콘텐트가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유튜브 운세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는 분석입니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인 플레이보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운세 관련 유튜브 채널만 약 4000개가 넘고 수십 수백만 조회 수를 훌쩍 넘는 영상들이 수두룩합니다.

미래 예측 도구서 MZ ‘놀이문화’ 된 이유
롯데멤버스 '라임'이 조사한 2030이 운세 및 사주풀이를 즐기는 이유. 그래픽 박현아 디자이너

쉽고 간편한 온라인의 특성을 차치하더라도 운세 콘텐트가 MZ세대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앞서 언급한 롯데멤버스 조사를 보면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30.1%)와 ‘신년이라서 호기심에’(30%)가 주요 이유로 꼽혔고, ‘심리적으로 위안을 받기 위해’(23.6%), ‘고민거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22.9%),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서’(21%) 등도 있었죠.

업계의 분석은 좀더 구체적입니다. 심경진 포스텔러 대표는 “불확실한 사회 환경과 예측 불가능한 경제 속에서 젊은이들이 불안감을 해소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점성술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심리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어요.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가치관보다 ‘온전한 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앱 서비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가장 친한 친구한테 평가받지 않고 내 얘기만 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죠.

비크닉과 인터뷰를 진행한 심경진 포스텔러 대표. 포스텔러
운세·사주풀이가 SNS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스낵 콘텐트’로 변화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풀이 결과로 ‘자기충족적 예언효과(생각하는 대로 실현되리라 믿는 것)’를 느낀 이들이 SNS에 결과를 공유하고 친구들로부터 긍정 공감 반응을 얻는 선순환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또 ‘오늘 나의 매력 온도’ ‘사주로 보는 연애 카운트다운’ ‘그 사람의 은밀한 속마음’ 등 제목만 들어도 재미를 유발하는 문구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이죠. 임 교수는 “나만 아는 결과 또는 개인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일종의 놀이가 됐다”고 했어요.

SNS는 공유와 동시에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운세 사주풀이도 다르지 않습니다. MBTI(성격유형검사)처럼 ‘복잡한 나’와 관련된 설명을 단순화·범주화하고,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신한카드도 ‘2025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셀프 디깅(Self-digging·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탐색)’을 선정하며, 외모·건강·심리·운세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잘 알기 위한 분석이 유행하면서 유전자나 심리 검사·퍼스널 컨설팅·생활기록부 열람 등 자기진단이 다양해지고 사주나 타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어요.

AI까지 덮친 운세 시장, 앞으로는
세븐일레븐과 포스텔러 협업으로 올해 초 출시된 편의점 간편식. 세븐일레븐

한국 운세 시장의 규모는 약 1조4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업계에서는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사회·문화적 콘텐트로 발전하며 대중적·상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금융·보험·유통업계 등이 점성술 관련 브랜드를 찾고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이 확대하고 있고요.

돈이 되는 콘텐트는 여러 산업군이 관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다만 심 대표는 “결국 ‘불확실성 속 예측 가능한 도구’를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지속적인 유입을 이끄는 ‘차별화된 콘텐트 경쟁력’이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운세 서비스는 이용자 개개인이 주인공인 힐링 콘텐트이기 때문에, 위안과 희망을 제공한다는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어요. AI를 활용해 하루를 점치는 이들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운세 콘텐트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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