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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바이브 코딩을 하는 개발자의 이미지를 그려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받고 만들어준 이미지. 챗GPT 생성


IT업계의 시계는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흐릅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 개념, 유행어가 나와 있죠. 이런 업계에서 요즘 개발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신조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입니다. 특정 공간·사람이 자아내는 분위기나 느낌을 뜻하는 ‘바이브’와 ‘코딩’이 합쳐진 말인데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어쩌다 묶이게 된 것일까요. 이번 주 ‘산업이지’에서는 바이브 코딩의 유행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의 현재를 들여다보겠습니다.

AI 시대의 새 코딩법?

바이브 코딩이란 인간이 AI와 자연어(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며 원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면 AI가 코딩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 개발 방식입니다. 코딩 관련 학위나 지식이 없어도 AI와 느낌(Vibe)이 가는 대로 대화하다 보면 결과물이 뚝딱 만들어진다는 것인데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창립 멤버이자 연구원이었던 안드레 카파시. 안드레 카파시 공식 웹페이지 갈무리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창립 멤버이자 저명한 AI 연구자인 안드레 카파시가 처음 제시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SNS에 “최근 내가 ‘바이브 코딩’이라 부르는 새로운 유형의 코딩이 있다”며 “그저 느낌에 몸을 맡기고, 지수적 변화를 받아들이며 코드 존재조차 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거대언어모델(LLM·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AI)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카파시의 글은 게재와 동시에 큰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개발자와 IT업계 관계자들은 바이브 코딩을 두고 열렬한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바이브 코딩으로 몇 시간 만에 웹페이지나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냈다는 후기가 줄이었고요. 바이브 코딩에 관한 관심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습니다. 그럴 만하죠. 지금껏 코딩은 개발자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니까요.

AI 시대, 개발자의 자리

사실 개발자들이 AI를 활용해 코딩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이미 많은 개발자가 AI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을 위한 코딩용 AI 모델도 많고요. 짜놓은 코드가 맞는지 AI에게 확인받거나, 막힌 곳이 있을 때 AI의 도움을 받아 풀어나간다는 개발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AI 활용 능력이 곧 개발자의 능력인 세상이니까요.

그런데도 바이브 코딩이 화제가 된 것은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협업이 인간이 주도하고 AI가 보조하는 방식이었다면, 바이브 코딩에선 인간보다 AI의 역할이 커집니다. 어쩌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고요. 바이브 코딩이 기존의 코딩 방식, 나아가 개발자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죠.

하지만 바이브 코딩을 모든 사람이나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AI는 여전히 오류를 저지르는 존재거든요. 바이브 코딩을 해봤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AI의 오류를 바로잡느라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갔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과학기술매체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사에서 “바이브 코딩은 막연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신뢰성과 보안을 담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I 보안 전문가 토빈 사우스의 말을 인용해 “바이브 코딩의 수혜자는 두 부류”라며 “이미 코딩을 잘 알고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코딩 경험이 거의 없는 완전한 초보자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비록 바이브 코딩이 완벽하진 않아도 누군가에겐 분명 유용한 방식임을 인정한 것이죠.

로이터연합뉴스


혼자서 ‘유니콘’도 가능한 세상 올까

그렇다면 바이브 코딩이 불러올 변화는 무엇일까요. 그저 상상만 해오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수많은 개발자, 천문학적인 돈, 긴 시간을 투입해야 했던 게임이나 서비스를 소수의 개발자가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2023년에 “이제 1인 창업자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가진 ‘유니콘’을 쉽게 만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아직 유니콘이 되지 못했을 뿐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나 서비스는 지금도 많습니다. 손에 꼽을 정도의 직원만으로 대기업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도 적지 않고요. AI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누가 먼저 유니콘이 될 기회를 낚아챌까요.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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