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쉐샹 중국 국무원 부총리(오른쪽)가 18일 베이징에서 세르게이 치빌레프 러시아 에너지장관과 만난 모습. 신화통신 연합뉴스
중국공산당 고위급 간부가 현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측 전략에 견제구를 날리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14∼16일 중국 북서부 산시성을 시찰하면서,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16일 전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이 이 공장을 찾은 건 2019년 서열 2위인 리커창 당시 총리의 방문 이후 6년 만이다. 딩 부총리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인사다.
딩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의 기본적인 국가 정책은 대외 개방”이며 “보호주의 역류가 거세질수록 우리의 개방 확대 의지는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은 인기가 없다”며 “중국은 각국과 협력해 상호보완적인 수혜를 누리고 윈윈하는 결과를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의 품목별 관세 발표가 다음주 예고된 상황에서,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될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을 찾아 미국의 관세 전쟁을 겨냥한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담당한다. 상호관세에서 면제된 낸드는 반도체 관세 발효 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국들에게 상호관세 경감 조건으로 중국 경제를 고립시키는 데 동참할 것을 약속받기로 계획 중이라는 미국 현지 언론 보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상호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도 품목 관세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른 국가들과 공동 전선을 형성하려는 미국 측 전략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