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세계 무역 성장률 3→-0.2% 하향
"새로운 관세 조치 발표 무역환경 재검토"
"새로운 관세 조치 발표 무역환경 재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한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3개월 간 미국에서 수많은 관세 정책이 발표되면서 전세계 무역 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16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상품 무역 시장이 전년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올해 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것입니다. WTO 측은 “새로운 관세 조치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무역 환경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고 또 새롭게 적용키로 한 관세들은 무엇일까요. 서울경제가 19일 기준 미국발 관세 현황을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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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보편관세
5일부터 미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기본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취한 가장 광범위한 관세 정책입니다.
다만 보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품목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품목관세가 적용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적용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들입니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구리, 목재, 반도체, 의약품 등이 그 대상입니다. 광물, 에너지도 예외로 명시됐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들여다볼 만한 것은 반도체입니다. 통상 반도체라고 하면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11일 제외 대상에 해당하는 반도체의 범위를 크게 넓혔기 때문입니다. CBP의 ‘특정 물품 상호관세 제외 안내’ 공지에 따라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전자제품과 반도체 제조 장비도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②상호관세(유예)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해방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관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발표된 것이 상호관세입니다. 모든 나라에게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10%(보편관세)에 국가별 관세를 더한 것이 상호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적용하겠다고 한 상호관세율은 25%입니다.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일본 24% 등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가입국인 멕시코·캐나다를 제외한 나라들에 차등적으로 관세율이 매겨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각국의 상품 무역 흑자 규모를 기준으로 상호관세율을 계산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다만 9일로 예정됐던 이 상호관세 적용 일자는 90일 후, 즉 7월 8일로 유예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품목관세
품목관세는 미국이 수입하는 특정 품목에만 부과되는 관세입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입니다.
현재 품목관세가 적용된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3가지입니다. 먼저 철강·알루미늄 및 그 파생 상품에는 3월 12일부터 25%씩 부과되기 시작했습니다. 완성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4월 3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됐습니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5월 3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일시적인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특정 물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 자동차 회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를 고려 중”이라며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미국 내로 생산을 이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자동차 부품 관세 유예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미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및 차 부품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에도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232조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하려면 ‘실제로 안보에 위협을 끼칠 영향이 있다’는 미 상무부의 보고서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 상무부는 270일 이내로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품목은 구리, 목재, 의약품, 반도체입니다.
④USMCA 예외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앞서 언급된 여러 관세 조치에서 USMCA 원산지 규정을 충족한 멕시코·캐나다산 품목들은 제외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일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 전체에 25%의 관세를 이틀 뒤인 4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다음 날 관세 발표 시점을 한 달 뒤인 3월 4일로 연기했습니다.
이후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에는 3월 4일부터 25%의 관세가 붙기 시작했지만 미국은 USMCA 원산지 규정을 준수한 물품에 부여되는 USMCA 특혜관세율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습니다. 다시 말해, 원산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품목은 25%의 관세를, 나머지는 기존 관세를 적용받는 셈입니다. 미국이 수입하는 품목 중 USMCA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캐나다 38%, 멕시코 49%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한 품목관세에서도 USMCA는 특혜를 받게 됐습니다. USMCA 원산지 규정 적용이 가능한 자동차는 미 상무부의 승인 후 비(非)미국산 내용에 대해서만 25%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⑤대중국 관세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현재까지 중국에 부과한 관세는 총 145%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펜타닐이 중국에서 불법 유입되고 있다며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10%씩 총 20%의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적용했습니다.
대중 상호관세는 두 차례 바뀌었습니다. 먼저 지난달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나라별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때 중국의 관세는 34%였습니다. 이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자 미국은 대중 관세를 84%로 올리고, 이후 다시 125%로 상향했습니다. ‘상호관세 90일 유예’에서도 중국은 제외했습니다.
관세는 통상 중첩되기 때문에 기존 20%에 125%를 더하면 중국산 수입품에는 기본적으로 145%의 관세가 적용되는 셈입니다.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특정 중국산 제품에도 고율 관세가 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는 최소 145%일 것으로 계산됩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최종 관세는 152.5~255%에 달합니다. 다만 상호관세 발표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반도체, 의약품 등은 예외로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