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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 외교' 고집하며 종전 압박했으나
푸틴 시간 끌기에 종전 논의 지지부진
美 국무장관 "진전 없으면 손 뗄 것" 압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당사국 간 계속된 이견 충돌로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만 해도 "24시간 내 종전"을 자신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뒤늦게 발을 빼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美 "협상 타결 없으면 철수" 경고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메멧 오즈 공공의료보험서비스센터장 취임 선서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당사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한 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바보다, 어리석다'고 말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냥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한다"면서 "전쟁의 끝을 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협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게 빠른 종전을 압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대통령에 취임하면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에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톱 다운' 협상에 나서면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휴전 협상은 러시아의 시간 끌기로 별다른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가까스로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부분 휴전이 성사됐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기한이 종료됐다.

러우 전쟁 중재자로 야심차게 등판했던 트럼프 정부로선 인내심이 바닥난 것으로 보인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양측(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이 진심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돕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다른길을 가야 한다"며 "미국은 다른 우선순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이 중재 역할에서 손을 떼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유럽 외교관 2명을 인용해 "루비오는 트럼프가 인내심을 잃고 있으며 협상이 곧 타결되지 않으면 철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왼쪽)가 17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프랑스, 우크라이나, 독일, 영국 대표단과의 회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외교 전문성 밑바닥 드러내



전쟁의 복잡한 셈법 앞에서 트럼프 정부가 속수무책 상황에 빠졌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종전 협상에 있어선 특히 전문적인 외교 전략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전쟁 당사국들에게 협박만 일삼다가 초라한 성적만 내자 무책임하게 발을 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정부가 세부적이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 종전 협상을 지나치게 쉽게 접근하려다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로 협상을 중재해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 정부가 과거 보스니아 내전을 마무리한 '데이턴 협정',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캠프 데이비드 협정' 처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전문적인 외교 노력은 거의 없이 통화와 만남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를 취해온 셈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만났으나 국면 전환에 실패했다. 미하일로 사무스 우크라이나 신지정학연구소 소장은 미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종전 협상에서 손을 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함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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