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화풍 그림과 뉴욕 타임스 소송 판결로
저작권 침해와 공정이용에 대한 논쟁 가열 중
원저작물 무단 활용 막는
다양한 저작권 보호 솔루션들도 등장
최근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 열풍을 타고 불거진 저작권 침해 논란이 지속되면서 향후 생성형 AI 산업 자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아직까지 원작자인 스튜디오 지브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회사의 대응 방향에 따라 법적 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 침해와 공정이용에 대한 논쟁 가열 중
원저작물 무단 활용 막는
다양한 저작권 보호 솔루션들도 등장
지브리 화풍 그림에 대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현재로서는 단순히 화풍을 따라해서 이미지를 생성한 것이 ‘표현’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이라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지브리 화풍 생성 그림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으려면 지브리의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표현’을 상당 부분 모방하거나 복제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브리 화풍으로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받을 수는 없는 걸까. 이에 대한 법적 대안으로 몇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지브리 화풍 그림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 적용 가능성 우선 저작권법과는 별도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타인의 아이디어나 무형적 성과가 보호받을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들여 이룬 타인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부정하게 사용하고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그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둘째, AI 생성물이 저작권자의 복제권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 원저작물을 변형해 새로운 저작물을 출력할 때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인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란 원저작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행사하거나 AI 생성물이 원작의 독창적인 표현 요소를 실질적으로 복제했거나 변형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원저작물의 허락 없이 데이터를 추출하는, 소위 웹 스크래핑(Web Scraping)에 대한 저작권 침해이다.
현재 지브리 화풍 그림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원작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AI를 이용해 지브리 스타일이라는 특정 화풍을 제공함으로써 상업적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최근 맥도날드 멕시코(McDonald’s Mexico)가 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일명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들을 지브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게재하여 상업적 이득을 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미국 특허청(USPTO)도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전체 작품 또는 일부분에 대해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복제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허청은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 기준으로 해당 작품에 대한 AI 프로그램의 접근 여부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저작권 침해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AI 생성물을 위해 학습하는 과정에서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이득을 취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뉴욕타임스와 오픈AI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있다. 거대 빅테크와의 지난한 싸움의 시작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사 뉴욕타임스는 지난 2023년 MS와 오픈AI가 AI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자사 뉴스 콘텐츠를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외견상으로는 이 소송은 뉴욕타임스와 오픈AI 및 MS 간의 소송전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문제는 단순히 오픈AI와 MS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미국 거대기술기업(Big Tech)을 포함한 대부분의 AI 기업들이 오픈AI처럼 모델 학습을 위해 웹에서 데이터를 빼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이 웹 스크래핑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자사 챗봇 서비스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법에 저촉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MS와 오픈AI는 이에 대해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뉴스 콘텐츠 등의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은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이용이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공익적 목적이나 창의적 표현 장려 등 특정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개념이다.
하지만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의하면 공정이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AI 모델이 원저작물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었다는 변혁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되거나 저작물의 사용이 원저작물의 시장 가치를 훼손하거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또한 원저작물의 중요한 부분을 상당 부분 많이 사용하거나 창의적인 작품인 경우에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기준도 정해놓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뉴욕연방법원의 지난 3월 말 있었던 판결은 향후 생성형 AI로 인한 저작권 침해 기준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 같다. 뉴욕연방법원이 뉴욕타임스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오픈AI의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뉴욕연방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단순히 기존 저작물을 복사하는 행위는 공정이용에 해당되지 않으며 새로운 창작적 요소나 목적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 소송 판결의 의미와 AI 기업의 대응이번 판결은 오픈AI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무단 활용해 이용자들의 유료 콘텐츠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상업적 이익을 취했다는 뉴욕타임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AI 기업들이 AI 학습 과정에서 타 저작물을 무단으로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향후 뉴욕타임스에 유리한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온다면 지브리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및 콘텐츠 제작사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13일 엑스(X, 옛 트위터)의 공동 창립자인 잭 도시는 최근 AI 저작권 논쟁에 대해 모든 지식재산권(IP)법을 폐지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하였으며 이에 일론 머스크도 동조하면서 저작권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이 오픈AI를 포함한 AI 기업들이 모델 학습 중 저작권 침해 혐의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나와 그 저의를 짐작하게 하고 있다.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기술 시도들한편 이러한 생성형 AI가 촉발한 저작권 이슈에 대한 법적 공방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니 최근 무단 웹 스크래핑에 따른 저작권 침해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혁신적인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다.
2024년 웹사이트 내 자료를 무단 수집해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AI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무단 데이터 활용 방지 솔루션을 내놓은 클라우드플레어의 AI오딧(AI Audit)이 대표적이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AI 봇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
시카고대의 나이트셰이드(NightShade)같이 생성형 AI 이미지 합성 모델을 훈련하는 데 원작자의 동의 없이 이미지를 가져다 쓰면 AI 이미지를 오염시키는 솔루션도 있다.
이외에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Reddit)은 1994년 마르틴 코스터가 개발한 웹 표준으로 웹 크롤러가 웹에서 스크래핑하는 것을 차단하는 ‘로봇 배제 프로토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중이다.
심용운 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