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유상철의 차이나 워치] 도전받는 시진핑 군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군권이 도전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옌안에서 중앙군사위 회의가 열렸을 때의 모습. 시 주석의 오른쪽은 도전자로 알려진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왼쪽은 실각설이 도는 시 주석의 측근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이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영원할 것 같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이 도전을 받는 것일까? 중국군 내부의 권력 투쟁이 2년 가까이 끊이지 않고 계속 격화되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중국군 서열 3위로 시 주석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하던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한 달 넘게 소식이 감감한 채 실종 상태다. 중국 고위 인사가 공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건 대개 숙청 등 불길한 결과를 시사한다.

허웨이둥의 유고를 처음 전한 건 지난달 13일 미국에 체류 중인 전직 중국 언론인 자오란젠(趙蘭健)이다. 자오는 소셜미디어 X에 허웨이둥이 지난달 11일 양회(兩會, 전인대와 정협 회의) 폐막 직후 체포됐다고 폭로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한데 지난달 25일 미 워싱턴타임스에 이어 지난 2일엔 블룸버그, 그리고 10일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허웨이둥의 신변 이상설을 잇따라 보도하며 점차 사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허가 모습을 감춘 건 자오의 폭로대로 지난달 11일 이후다. 지난달 14일 베이징에서 반(反)국가분열법 선포 2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가 열렸는데 응당 왔어야 할 허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달 초 청명절을 앞두고 중국 고위 인사들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식목 활동에도 허는 빠졌다. 2023년과 2024년의 경우 허는 또 다른 군사위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와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는 사라진 것이다.

시, 장유샤·허웨이둥 두 파벌 견제시켜
눈여겨볼 건 워싱턴타임스 보도 이틀 후 열린 중국 국방부 기자회견에서의 대변인 답변이다. 과거 이 대변인은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날조”라며 길길이 뛰었다. 또 “중국을 모욕하는 행위에 강력한 불만을 표한다”라고도 말했다. 한데 이번 허의 실각 여부 문의에 대해선 그저 “이 방면에 대한 소식이 없다”는 말로 가름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중화권에선 이에 대해 마치 옛날 어떤 사람이 땅에 은 300냥을 묻고선 “이곳에 은 300냥 묻지 않았음(此地無銀三百兩)”이라는 팻말을 세운 것과 같다고 비웃는다. 허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고백하는 말에 다름 아니란 이야기다. 사실 중국군 장성의 숙청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3년 7월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 이후 지난해 11월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의 실각까지 수많은 장군들이 낙엽처럼 스러졌다.

문제는 이게 시진핑 주석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거냐, 아니면 반(反)시진핑 바람의 결과이냐 하는 것이다. 주목할 건 미국과 중화권의 해석이 완전히 엇갈린다는 점이다. 서방 언론은 대개 중국군 내부에는 엄중한 부패가 존재하며 시진핑은 이런 장군들 숙청을 통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부패 세력을 제거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대만을 포함해 중화권의 여러 중국 전문가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시진핑 주석과 장유샤 장군 간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금은 장유샤 세력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자 그 싸움의 자초지종을 들여다보자. 2022년 10월 제20차 당 대회가 개최돼 시진핑은 세 번째 총서기가 됐다. 또 정치국 상무위원 여섯 명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워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는 분석을 낳았다. 한데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안 된 2023년 7월 로켓군 사령관을 체포했다.

이어 두 달 후엔 취임한 지 반년밖에 안 된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을 붙잡았다. 매서운 사정의 칼날은 중국 방산업체를 강타하고 또다시 전 국방부장 웨이펑허(魏鳳和)등 20여 명의 장군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이들의 배후 세력 장유샤를 겨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24년 여름부터 풍향이 바뀌었다. 장이 지난해 8월 방중한 미 국가안보보좌관 설리번을 만나고 10월엔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그리고 11월 말엔 그동안 숙청 작업을 주도해온 먀오화가 오히려 체포되고 말았다.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중국군 1인자인 시진핑 아래엔 두 개의 파벌이 존재한다. 군사위 제1 부주석인 장유샤와 군사위 제2 부주석인 허웨이둥이 각 파벌을 대표한다. 장유샤는 월남전 참전 경력이 있어 월전방(越戰幇), 고향이 산시(陝西)로 산시방(陝西幇) 등으로 불린다. 공군 및 방산업체와 가깝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반면 허웨이둥은 대만해협 담당의 동부전구에서 성장한 인물로 대해방(台海幇)이나푸젠방(福建幇) 등으로 일컬어진다. 해군과 가깝다. 장유샤 아래 류전리(劉振立)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있다면 허웨이둥 밑으론 먀오화가 있다. 2023년 1차 군 숙청을 허웨이둥-먀오화가 이끌었다면 2024년 여름 이후 지금까지는 장유샤가 반격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 아래에서 장유샤와 허웨이둥이 맞서는 형국이었는데 최근 허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허의 실각이 확실하다면 균형은 깨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시 주석의 권력이 급속도로 약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과거 시 주석은 두 파벌을 견제와 균형 속에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장유샤가 급부상하며 중국의 권력투쟁과 관련한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시진핑과 장유샤 간의 알력설이다. 한때 두 사람은 의형제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과 장유샤의 아버지 장중쉰(張宗遜)이 함께 싸운 전우로 집안 대대로 우정을 키워온 사이였기 때문이다. 한데 시진핑과 장유샤는 왜 틀어졌을까? 장유샤는 시진핑 집권 초기 시진핑의 경호를 책임질 정도로 막역한 관계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2022년 10월 20차 당 대회를 계기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장유샤는 1950년 7월생으로 당시 72세였다. 나이로 보면 물러나는 게 맞다.

이에 시 주석이 왜 안 물러나느냐고 물으니 장은 당신은 왜 물러나지 않느냐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53년 6월생인 시 주석은 당시 69세다. 중국의 잠규칙인 칠상팔하(七上八下) 즉 67세이면 새로 자리를 맡아도 되고 68세라면 물러난다는 건 시 주석 집권 이후 사라졌다. 시 주석은 또 헌법까지 수정해 3연임의 길을 열었다. 아무도 시 주석의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한데 장유샤가 대담하게 시진핑의 행보를 흉내낸 셈이다.

장, 후진타오 등 정치 원로들 도움받아
이런 관점에서 보면 2023년 7월 로켓군 숙청은 시 주석이 허웨이둥-먀오화 세력을 시켜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장유샤다. 한데 장이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20기 3중전회를 계기로 역전에 성공했다고 한다. 중화권에선 1942년생 정치 원로 세 명의 도움이 컸다는 말이 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그리고 후야오방(胡耀邦) 전 당 총서기의 맏아들 후더핑(胡德平) 전 통전부 부부장 등이다.

장은 또 전 혁명 원로의 자제들인 홍이대(紅二代) 도움도 받았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훗날 밝혀지겠지만 이후 장유샤가 부상하고 시 주석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말이 많다. 지난해 연말 해방군보에 군의 집단영도가 언급된 게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이전에는 시진핑 1인 체제를 뜻하는 ‘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강조했는데 그런 말이 사라졌다. 또 최근 시진핑 주석을 ‘핵심(核心)’으로 부르는 게 눈에 띄게 줄었다.

중요한 건 실제 병력을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중국군은 현재 5대 전구(戰區)로 나뉘어 있다. 시 주석은 저장과 푸젠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자연히 허웨이둥과 먀오화 등 동부전구 출신과 관계가 깊다. 반면 장유샤는 북부전구와 중부전구, 남부전구에 자신의 세력권을 구축해 동부전구를 포위하고 있는 형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안후이성 둥청시의 육척항(六尺巷)을 방문한 게 주목을 받고 있다.

육척항은 청나라 시기 담장을 놓고 다투던 두 집안이 각기 삼척(三尺)씩을 양보해 육척의 골목길을 만든 데서 유래한다. 시 주석의 육척항 방문이 장유샤와 서로 다투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자는 타협의 뜻을 비친 게 아니냐는 거다. 이후 군에서 집단영도를 강조하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산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살기 어렵다. 결국 강한 자가 살아남을 것이다. 중국의 향후 정국 전개가 주목된다.

◆생생한 중국의 최신 동향과 깊이 있는 분석을 전해주는 차이나 워치는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과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가 번갈아 연재합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957 인내심 바닥난 트럼프 "우크라 종전 중재 접을 수도… 그렇게 안 되길" 랭크뉴스 2025.04.19
45956 한동훈 "4·19, 혁명인 것은 새 시대 의지 때문…시대교체 이룰 것" 랭크뉴스 2025.04.19
45955 안철수 "이재명 후보, 美 대통령을 광인으로 언급…그럼 김정은은 무엇인가" 랭크뉴스 2025.04.19
45954 “트럼프 금융자산 중 60%는 채권”…재산 위험해져 관세 유예했나 랭크뉴스 2025.04.19
45953 선관위 화단에 ‘붉은 천’ 파묻은 이들…경찰 “이미 출국한 외국인” 랭크뉴스 2025.04.19
45952 한덕수 대행 4·19기념사 “사회적 갈등·국론분열 심화··· 위기 극복의 열쇠는 ‘통합” 랭크뉴스 2025.04.19
45951 백악관,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중국 실험실서 제조" 게시 랭크뉴스 2025.04.19
45950 그록이 트위터 집어삼켰다…머스크가 그리는 'AI 제국'은 [김기혁의 테슬라월드] 랭크뉴스 2025.04.19
45949 재산 위험해져 관세 유예했나…"트럼프 금융자산 60%가 채권" 랭크뉴스 2025.04.19
45948 “학생들 지킬 것, 대학서 손 떼!”…하버드 이어 UC 버클리도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5.04.19
45947 '부정 선관위'라 쓴 물체 선관위 화단에 묻은 외국인들 입건 랭크뉴스 2025.04.19
45946 "굴삭기에 묶여 수모 당했다"…헬스장서 몸 키워 끝내 남편 살인 랭크뉴스 2025.04.19
45945 메시·조던 아니어도…오늘의 나는 내 인생의 ‘GOAT’[언어의 업데이트] 랭크뉴스 2025.04.19
45944 “못생기면, 양양 못 가요?”…레저 업체 마케팅 논란 [잇슈#태그] 랭크뉴스 2025.04.19
45943 정보라 ‘너의 유토피아’, 필립 K 딕 상 수상 최종 불발 랭크뉴스 2025.04.19
45942 안철수 “이재명, 트럼프에 ‘광인 작전’… 자해 안보관” 랭크뉴스 2025.04.19
45941 광주 광산구 도로에 소형 싱크홀…피해 없어 랭크뉴스 2025.04.19
45940 부르고뉴 와인은 다 비싸다?…편견을 깨면 보인다, 부르고뉴의 숨은 보석들 랭크뉴스 2025.04.19
45939 선관위에 ‘붉은 천’ 누가 파묻었나 조사했더니…경찰 “이미 출국한 외국인” 랭크뉴스 2025.04.19
45938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상민, 밤샘 조사받고 귀가 랭크뉴스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