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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행정명령 등 조선업 재건 의지를 재차 천명하며 한·미 조선업 협력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조선업은 ‘관세 무풍지대’로 여겨진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지만 조선업의 쇠퇴로 중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중국을 집중 견제하려는 미국에 있어 현재 한국은 유일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상호관세 90일 유예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K조선이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의 주요 카드로 떠오르며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격화 우려로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선주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美, K조선 연일 러브콜…관세 협상 카드로 부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현지 시간) 미국 조선업 재건 및 중국 해운산업 견제를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10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는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며 “재건 기간 동안 미국과 가깝고 실적이 좋은 나라에서 최첨단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는 중국의 해양, 물류, 조선 부문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미 중국산 선박에 대한 관세나 항만료 부과 등 중국 조선업을 제재할 근거는 마련됐다.

앞서 미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2월 중국 선사와 선박을 상대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올해 1월 중국 1위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미국 기업과의 금융지원, 수주 거래를 제한하기도 했다.

USTR은 4월 17일(현지 시간)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수수료는 180일 뒤인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USTR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톤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고, 이를 매년 올려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가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아닌 나라의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이라도 중국에서 건조했으면 10월 14일부터 톤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매년 늘어 2028년에는 톤당 33달러가 된다. 톤 대신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250달러까지 증가한다.

그간 업계에서는 USTR의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조선업체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사들은 그동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선박을 많이 이용했으나 앞으로는 미국 입항 수수료 부담 때문에 한국에 선박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격적인 저가 수주로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왔던 중국 조선업은 이번 입항 수수료로 가격 경쟁력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4월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이런 결정에 대해 “전 세계 해운 비용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해쳐 결국 미국 조선업을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즉시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9일(현지 시간)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고 해운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UPI·연합뉴스


美 수수료 압박에 中 벌크선 수주 급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 간 조선업 협력 강화’를 언급한 이후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등 특수선 사업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수혜 기대감이 나왔으나 중국 조선사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선 분야에서도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 조선·해운사 규제 움직임의 효과는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조선업체들에 대한 벌크선 주문량이 13건에 그쳐 1993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전년 동기 143건 대비 90.9% 감소한 수치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중국보다 많은 23건을 수주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수주량에서 중국을 앞섰다. 미국으로 입항하는 중국 선박에 대한 USTR의 수수료 부과 계획이 중국의 벌크선 수주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벌크선은 중국 수주 점유율의 절반이 넘는 주력 선종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전 세계 선주들에게 중국 조선소를 이용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고 선주들은 조금씩 중국에 대한 노출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로 인해 신조 발주 시장이 ‘한국과 일본’과 ‘중국’으로 이분화되는 시발점이며 경쟁력이 높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성장 기회를 누릴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중국 조선소를 찾았던 글로벌 해운사들은 한국으로 수주처를 선회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선박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업체 벤처글로벌은 최근 한국을 찾아 국내 ‘빅3’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조선소를 시찰했다.

이들 조선사와 18만㎥급 LNG운반선 4척에 옵션 8척을 더해 최대 12척 발주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글로벌은 미국의 대중국 규제를 고려해 이번 입찰에서 중국 조선소를 제외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中 견제 효과는 글쎄…“미국만 고통받을 수도”


다만 미국의 중국산 선박 제재 조치의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전략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선사의 해운서비스에 가해지는 부담금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각종 부작용 우려와 반발이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미국 신정부 무역·통상정책이 해운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제재안이 시행될 경우 선사들의 상당한 추가 비용 부담과 미국향 또는 미국발 운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USTR의 조치로 GDP의 0.25% 감소, 미국 수출 12% 감소 등의 주장도 나온다.

보고서는 “USTR의 제재안이 실행되는 동안 운임과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미국 내 경제주체가 감수해야 할 부정적 영향이 크므로 중국 조선업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미국만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USTR의 제재안 시행은 지속되기 어려워 장기적 조치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제재안 시행 후 부작용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이 시간 동안 대중국 견제효과로 해외 선주들이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물량이 증가해 국내 조선업계의 점유율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기간은 장기화되기 어려워 단기적으로 점유율 개선을 성취한 후 이를 유지할 방안을 고민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존스법, 번스-톨레프슨법 때문에 선박과 함정을 해외에서 건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함정의 MRO뿐만 아니라 건조 분야까지 협력하기 위해선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의회에는 존스법 개정안과 미국 함정이 미국이 아닌 동맹국 조선소에서도 건조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해군·해양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정치인들 사이에선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조선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과 관련 이익단체들이 개정에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선박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에 이익이 되는 건 맞다”면서도 “장기적으로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양 수석연구원은 “USTR 제재 방식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중국 조선업 견제 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외국에서 주문이 안 들어오면 내수 물량에 더 전략적으로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한화의 미국 전략. 그래픽=박명규 기자


K조선, 단기 반사이익 기대감…“실리 챙겨야”


한국 조선업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조선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한국 조선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는 측면이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손바닥 뒤집듯 관세정책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행보에 따른 리스크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동맹국 조선업체의 미국 투자를 촉진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대미 투자 압력도 한국 조선사들엔 부담이다.

미 해군이 2054년까지 연평균 300억 달러(43조8900억원)를 들여 총 364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이라 기회 요인이 크지만 조선업 쇠퇴로 공급망이 부족하고 높은 인건비와 전문인력 부족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사들은 불확실성에도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등 현지 투자에 적극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새로 짓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다. 직진출보다는 미국 최대 군함 제조사인 헌팅턴잉걸스와 협업을 통해 공동 수주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수주 확대와 미국 내 조선업 보호주의 정책에 따른 기회요인도 있지만 정치적 변화나 보호무역주의 심화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한국 조선업체들은 정책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실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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