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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들면서 LS, 포스코 등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관련 사업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희토류는 절대 매장량이 적은 17가지 희소 광물로 이차전지, 반도체, 첨단 무기 등 산업에 쓰이는 필수 재료다.
중국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자국에서 생산되는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제 가돌리늄,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를 중국 밖으로 반출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희토류는 전기 모터를 만들 때 필요한 자석의 핵심 재료다. 전기 모터는 내연기관 차, 전기차,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등에 들어간다.
지난 2023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부존량 가운데 중국(4400만t) 베트남(2200만t) 브라질(2100만t) 러시아(1200만t) 등 상위 4개국이 전체의 약 84%를 차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희토류 가공 및 정제 산업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희토류 공급을 자의적으로 통제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진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S에코에너지는 지난 16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해 베트남 정부와 함께 안정적인 현지 조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지난 2월 방한한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과 만났을 당시 베트남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주한 베트남 대사관과 함께 베트남 현지 광산업체들과의 희토류 사업 협의도 진행 중이다.
LS에코에너지는 현재 희토류 사업 추진을 위해 경영지원 부문장 1명, 연구위원 1명, 경영지원팀장 1명, 기획 담당 과장 1명, 회계 담당 과장 1명으로 구성된 팀을 가동하고 있다. 향후 희토류 트레이딩 업무를 위한 추가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S에코에너지와 협업하는 베트남 현지 광산업체 흥틴미네랄 사정으로 인해 희토류 산화물 트레이딩 사업 본격 시작이 지연되고 있으나 중장기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흥틴미네랄의 일정 지연을 계기로 베트남 내 흥틴 외 다른 광산 업체와도 계약을 진행하고 베트남 외 다른 국가와도 계약을 진행하는 등 공급선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산 희토류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미국 최대 희토류 기업 에너지퓨얼스와 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 납품 관련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샘플 테스트용 희토류를 받기로 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샘플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에너지퓨얼스와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NdPr 산화물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에도 미국 리엘리먼트테크놀로지와 중·경질 희토류를 수급받기 위한 MOU를 맺었다. 리엘리먼트의 원료 확보 역량, 가격 경쟁력 등을 검토 중이다.
아예 수급이 불안정한 희토류를 대체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부터 7개 대학과 함께 3년간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공동 연구실 운영에 들어갔다.
코트라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희토류 공급망 전환 노력을 주시해 우리 기업의 기회 요인이 없는지 모색하는 것은 물론 해외 광물 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등 공급선 다변화 정책을 참고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